[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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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이 책 안읽었으면 주시겠다고 해서 "아 안읽었어요" 하고 넙죽 받았다. 알라딘 대문에서 한참동안 봤던 책.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매우 낯익은 책이지만 읽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책이 안겨졌으니 읽어봐야지. 1권은 틈틈이 읽었고 2권은 토요일에 읽었다.

명성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내 읽기 수준이 이제 어린이, 청소년에게 맞춰져서 그런 걸수도 있다. 소설을 즐겨 읽지 않기도 하고.

재일조선인 가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라 하겠다. 깊게 생각해본 적 없던 문제라, 일단 새로운 공감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작가 또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의 가족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무렵 일본으로 건너간 가족들의 삶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작가가 이런 어려운 소재를 선택한 데에는 본인의 배경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부터 재일동포, 재일동포 많이 듣기는 했는데 그들의 삶에 이렇게 원천적인 한계가 가로막혀 있고 실존적 문제까지 드리워져 있을거란 생각은 잘 못했다. 무식해서기도 하지만 남의 삶에 관심이 없으니까. 문학의 역할이 이러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에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은 평생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으며 이곳이 내 터전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공교로운 상황 속에서 삶을 이어가야 했다. 그들이 떠날땐 하나였던 고국이 돌아가고자 할땐 분단되었기 때문이다. 선택에는 이념이 끼어들었을테고 나라도 귀향을 포기하고 머물렀을 것 같다. 하지만 머무르기엔 그곳도 나를 달가워하는 곳이 아니었으니.... 선자-아들-손자에 이르는 3대에 걸쳐서까지도 말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선자의 장남 노아의 자살. 가장 반듯했고 똑똑했고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려고 했던, 와세다대학교까지 들어가고 집안의 자랑이 될 것 같았던 노아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알게되자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잠적해 버렸다. 이주민의 멍에는 노력과 성실로 극복하려 했지만 출생의 비밀까지는 감당할 수 없었던 걸까? 난 솔직히 마지막을 알리는 문장에 헉, 하고 놀라면서도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다. 아니 살육자 전두환의 손자도 사죄하려 애쓰며 살아가는데 야쿠자가 뭐 죽기까지 할 일이야? 남은 이들은 어쩌라고? 잔인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에게는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절망이 있었던 것이겠지 라는 생각을 (억지로) 해본다. 남의 아픔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으니까. 이러한 일을 겪으며 이국땅에서 유년을 뺀 평생을 살아가야 했던 선자의 삶의 무게는 어떠했을까.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그시대 처녀로 노아를 임신한 선자를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와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준 남편 백이삭은 선자 옆에 오래 있어주지 못했다. 마지막장에서 선자는 남편의 묘를 찾는데, 거기에서 죽은 노아가 출생의 비밀을 안 후에도 죽기 전까지 이삭의 묘를 찾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삭의 비석 아래 노아의 사진을 묻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나는 선자. 삶이란 이렇게 힘겹게 버텨야하는 것인지, 그저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인지. 제법 살았는데도 잘 모르겠다.

작가의 시각은 조선인들의 고난을 그리되, 일본인들의 악함을 부각시키려 한 것 같지는 않다. 어디에나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다. 선자의 손자(둘째아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가 미국에서 공부했음에도 연인과 이별하면서까지 미국행을 선택하지 않은 걸 봐도 그렇다. 그리고 제목인 파친코. 재일한국인과 파친코가 이렇게 연관이 있는지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나는 있던 곳에 계속 있으려는 경향이 강해서 이주민으로 살 생각은 절대 없고, 어울리는 사람과만 어울리려는 경향도 강해서 내 주변에 이주민이 있는 것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주민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평화로운 어울림을 고민해야만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픔을 겪고 나서야 돌아보지 말고. 하지만 인간은 기어이 아픔을 자초하는 존재라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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