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조선을 박차고 새 나라를 만들다 - 홍길동전 생생고전 2
김기정 지음, 이해정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개의바람에서 고전시리즈를 기획하여 내고 있다. 이 책이 두 번째 권이다. 읽고 나니 첫 번째 권도 찾아보게 된다. 난중일기네. 그것도 꼭 읽어봐야겠다. 고전은 그리 잘 팔릴 기획이 아닌데, 출판사와 훌륭한 작가님들이 애써서 이리 책을 내주시니 고맙다. 예전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무슨 이유에선지 고전에 꽂히셔서 고전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라고 도서실에 과제를 던지셨던 적이 있다. 당시 담당자였던 내가 목록을 만들고 사서선생님과 함께 도서실 서가 한쪽에 고전 코너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취지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닥 열심히 운영하진 않았음...;;;)

 

그때도 꽤 좋은 책들이 있긴 했지만, 이 책이 있었다면 학급에서 함께 읽어볼 만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읽는 맛이 좋고 아주 재미있기 때문이다. 글맛 좋은 김기정 작가님은 고전소설을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게 옛이야기 술술 읽는 느낌으로 풀어놓으셨다. 출판사의 기획의도를 보아도 그렇다. “생생고전은 고전의 깊은 의미와 재미를 맛보는 시리즈입니다.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좋은 고전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나요.”

 

출생의 한계와 슬픔을 가진 인물로 홍길동만한 상징적 인물이 또 있을까? 서자의 자식이라는 차별을 요즘 아이들이 잘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홍길동의 울분이 아이들에게 잘 다가갈 것 같다. 나는 아무리 덕 있다 칭송받은 인물이라도 이첩 저첩 데리고 살던 양반이라면 좋게 봐줄 맘이 전혀 없는데. 한 집에 여러 여자가 살고 한 남자의 선택에 운명이 달려 있어 자기들끼리 질투하고 해치고, 또는 체념하고... 그런 빌어먹을 세상에 좋을게 뭐가 있었을까? 지금 세상도 좋진 않지만 세상이 진보하고 있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세상에서 길동의 출중함은 오히려 우환이었다. 평범하게 살기는 틀린 운명이었던 것이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하고 뺏기지 않으려면 뺏어야 하는 독한 운명. 어찌보면 참혹하고 슬프지만 길동은 최대한 파괴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도적패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어려운 백성들을 도와주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뒤집어 엎는 대신 제목처럼 박차고나가 새 나라를 세운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니까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술들이 등장해 흥미와 후련함을 더한다.

 

첩이 있고 서자가 있고 온갖 차별이 존재하던 조선시대와는 명백히 다른 세상에 사는 요즘 아이들. 그렇다고 이들의 세상이 활짝 열려있는 것 같지도 않다. 홍길동의 한계와는 다른 요즘 아이들의 한계는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신분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픈데.... 홍길동 시대의 한계가 눈에 보이고 명확했다면 지금 시대의 한계는 교묘하면서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통쾌하고 후련했으면 좋겠다. 완벽히 후련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비판할 수도 있다면 좋겠다. 단단히 서고, 새로워질 수 있는 힘을 고전에서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고전의 힘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