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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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장애인의 날이었다. 우리학교도 장애인권교육을 진행했고, 장애인 강사님이 오셨다. 휠체어에 앉아계셨는데 목소리는 아주 크셨다. 보조강사님 한분이 동행했고, 담임인 나에게도 요청을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USB를 꽂아서 PPT를 열고 슬라이드쇼를 눌러 주세요."
난 무심코 마우스포인터를 건네려 했는데, 보조강사님이 컴퓨터 앞에 앉아 PPT 넘길 준비를 하셨다. 다시 보니 강사님은 포인터 조작도 어려우셨다. 하반신만 못쓰시는 게 아니고 근육병이어서 전신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강의는 전달력이 매우 좋았다.

오지랖이 태평양인 우리반 아이들은 어떻게하면 강사님이 기뻐할 대답을 할까 궁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서 나는 옆에서 내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아이들도 나도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하면 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어떤반 아이는 "와 불쌍해!" 라고 했다는데, 그거보다는 '정답'을 찾아 말하려는 우리반 아이들이 착하긴 하지. 그래도 욕심을 더 부린다면 주목받지 않아도 될 권리, 일상 요소요소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배려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주인공들 중 우리 학년 어떤 아이가 말했다는 '불쌍한' 사람은 없다. "우리 집에 놀러 와!" 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처럼. 그 당당함은 본인의 마음가짐이기도 할테지만 눈치보지 않아도 되게 하는, 당연하게 여기고 함께하는 타인들의 태도와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정은 필요없지만 도움은 필요하다. 우리반 강사님께서 보조강사와 동행하셨듯이.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면 이 책의 장면들이 우리의 것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선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주인공들은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 자폐성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신체보조기구를 착용한 장애 등을 가진 당사자이거나 그 가족이었다. 어디에도 우리가 기본값으로 삼고 있는 어둠이 깔려있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어떻게 태어났든, 살면서 무슨 질병이나 사고와 만났든, 삶을 비관하지말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씩 자리를 내어준다면 차차 다다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내가 둔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엇, 이 가족은 무슨 장애가 있지? 하고 한번 더 살펴본 경우도 있다. 실제 현실에서도 내가 둔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워서 눈에 띄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 책이 나온 걸 환영하고 기뻐한다. 해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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