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오리 아기 오리 ㅣ 사계절 그림책
이순옥 지음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판형도 작고 색채도 그림도 내용도 순하고 귀여운 그림책을 만났다. 느낌이란 개인적인 것이니까.... 내게는 그랬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버렸지만 어렸을 때에 읽었다면 더 실감났을 것 같다. 같이 본다면 함께 깔깔거리며 읽게 되겠지. 어린 아이들일수록 본 걸 또 보는 경향이 있는데, 수시로 가져와서 또 읽자고 하는 책이 되지 않을지. "또 읽자고? 이제 다른 거 읽자~"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엄마오리가 아홉 마리 아기오리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호수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일이지만 인솔자에게는 과연 그렇기만 할까? 엄마오리는 긴장했을 것이다. 말이 많아진다. 그에 비해 눈은 구석구석 보지 못한다. 내가 엄마로서도 교사로서도 그랬듯이.엄마는 앞장서서 수많은 주의사항을 되뇌이며 부지런히 걸어가지만 뒤따르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한눈을 팔고, 뒤처지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부지런히 앞서가던 엄마오리는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란다. “어머낫! 다른 애들은 모두 어디 갔니?” 그리고 아이들 탓을 한다. “너희들이 말을 안 들어서 나들이는 엉망진창이 돼 버렸어. 얼마나 큰일 날 뻔했는 줄 아니?” 라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아이들을 앞세운다. 아이들은 노여워할 줄도 모르고 그저 신이 났을 뿐이다. 천방지축 앞서가는 아이들을 뒤따라가는 것은 앞서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 아이고, 혼비백산 엄마오리. 천진난만 아기오리들. 마지막 문을 통과할 때는 엄마만 못 나가. 결국 아이들이 힘을 합해야 했다.
완전히 지쳐버린 엄마. 배고프다. 아기오리들도 배고프다를 되뇌이며 집으로 향한다. 엄마는 지쳤지만 끝까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아이들을 따라간다. 이때 집에서 맛있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에 아홉은 저 지친 몸으로 엄마가 허겁지겁 밥상을 차리겠지. 그러다 감당이 안되면 ‘버럭!’을 할 수도 있고.^^
엄마와 아가들의 좌충우돌 힘든 일상을 담았지만 유쾌하고 따뜻하다. 뒷표지에서 엄마는 분명 지쳐서 뻗었지만 주변을 종종거리거나 엄마품에 누운 아가들을 보면 행복감이 느껴진다. 지친 행복감이랄까. 다들 이렇게 사는거지. 조금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엄마오리에게도, 아기오리에게도 권할만한 그림책이었다. 엄마와 아기가 같이 본다면 더욱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