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아파해 줄 사람 저학년은 책이 좋아 26
이수용 지음, 심윤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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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다. 내가 슬플 때 나만큼 슬퍼해줄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야 슬픔이 치유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걱정, 불안, 용기, 직면에 대한 이야기였다. 불안과 걱정은 나의 근본적인 문제이고, 그것 때문에 나는 애니어그램 검사에서 가장 높게 나온 유형 말고 세 번째로 나온 유형이 나의 유형인가보다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 유형의 내면 문제가 불안이라고 해서 말이다.

 

혼자 불안해하는 것도 이 책의 그린이와 닮았다. 그 불안의 요소가 사라지고 나서야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정체가 불분명한 불안은 내 안에서 엄청나게 몸집을 부풀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안은 알고보면 바늘끝을 갖다댄 풍선처럼 쪼그라들게 마련이다. 그린이의 불안처럼 말이다.

 

그린이는 3학년인데 아직도 앞니가 훤히 비어있다. 그린이 반에서 앞니가 안 난 아이는 없다. 보통 2학년에는 다 나니까...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도 앞니가 빠져있는 그 모습이 그린이는 보기가 싫다. 그러던 중 단짝 보미가 너 잇몸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 라고 하는 말에 불안은 더 가중된다. 치과의사인 보미아빠가 보시더니 앞니가 잇몸 안에서 자라고 있으며, 마취주사 맞고 잇몸을 째 주면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그러나! 두 가지 공포가 단번에 다가왔다. 잇몸을 짼다니! 그리고 잇몸에 주사를 맞는다니! 그 주사는 엄청 아픈 철주사라고 고등학생인 언니가 겁을 주었다.

 

이 현실동화에도 판타지 요소가 있었다. 전에 학원 다녀오다 넘어진 날, 그린이는 약국에 들렀는데 약사 할머니가 초콜릿을 주었다.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아프게 되는초콜릿이었다.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찾아간 날 할머니는 좀 까다로운 약이라며 다른 초콜릿을 주었는데, 누군가에게 먹여야 하는 초콜릿이었다. 즉 그 초콜릿을 먹는 사람이 대신 아프게 되는. (제목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너무나 두려운 고통을 앞두고, 그린이는 과연 누구에게 이 초콜릿을 줄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어린이 독자들은 함께 숨을 죽이며 그 결과를 지켜볼 것 같다.

 

결국 그린이의 아픔은 걱정한 것보다 크지 않았으며 그동안 그린이의 두려움과 마음고생도 그럴만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저 빠른 대처, 때에 맞는 결단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른들도 그걸 못해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일을 키우고 마음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저학년 대상의 귀여운 동화지만 어른들이 봐도 뜨끔한 내용이다. 아니 사실 아이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어른들은 모를 수가 없고.ㅎㅎ)

 

내가 특히 공감한 이유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어릴 때의 경험이 그린이와 너무 유사해서다. 채 빠지지 못한 유치 어금니 밑으로 영구치가 솟아 올라왔다. 그 상태가 매우 오래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그게 무슨 큰일인 줄 알고 불안해하면서도 부모님께 말을 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아래 속눈썹이 안쪽으로 향해 자꾸 눈을 찔러서 툭하면 눈물을 흘렸었다. 눈이 아프다고 우는 딸이 걱정되신 부모님은 그당시 종로에 있는 유명한 안과에 나를 데려가셨다.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시면서 수술을 해야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 안과 방문 때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밤마다 두려움에 시달렸다. 어금니와 눈, 두가지가 한꺼번에 주는 두려움으로 매일밤 끙끙대다 잠이 들었다. 아무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때 형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대하는 나의 평생의 태도가 말이다. 결과는 너무나 싱겁게도 어금니는 쑥 빼는 걸로 해결되었고, 속눈썹은 성장하면서 괜찮아지는 걸로 결론이 났다. (아니 그 마음고생은 어디로.....?^^;;;) 안과에서 괜찮다고 결론이 날 날 그때 난 하루 결석을 했었고 처음으로 형제들 빼고 나만 엄마 아빠와 종로의 만두집에서 외식을 했다. 엄마 아빠가 나 많이 먹으라고 만두를 밀어주시는데 너무 좋아서 좋은 걸 못 느낄 정도였다고 표현해야겠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습냐고.^^;;;;; 하지만 어릴 때는 조그만 문제가 우주와도 같은 무게....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우습게도 이제 자녀들까지 성인이 된 내가 그린이같은 어린아이를 보며 두려움일수록 빨리 대처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겪을 일은 겪는다. 하지만 안 겪을 일까지 겪지는 말자. 심리와 태도는 선천적인 면이 강해서 (그러니까 인간 유형이 어느정도 있는 것이겠지)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나의 어린시절 같은 두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는 이 책을 살며시 권해주겠다. 아니면 교실에서 읽어주고 두려움 성토대회 같은 것을 해보면 서로 위안도 되고 용기도 낼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결론은 치과에 빨리 가!”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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