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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점 백곰 ㅣ 큰곰자리 70
김유 지음,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2월
평점 :
겁보만보-무적말숙-백점백곰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 읽었다. 무적말숙의 리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없다. 겁보만보는 있는데. 어쩐지.... 무적말숙은 구체적인 내용이 잘 생각이 안 난다. 이래서 적어놔야 해. 백점백곰은 적어두자.^^
만보가 떠났다 돌아온 그 길에서 말숙이가 서성거리며 끝났고, 몇 년 후 말숙이가 주인공인 무적말숙으로 돌아왔다. 무적말숙이 끝날 때쯤 백고미가 서성거렸고 또 얼마 후 백점백곰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아직 끝날 때가 되지 않았다. 이 책에도 마지막에 서성거리는 또다른 아이가 있기 때문이지. 그 아이의 이름은....^^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길을 떠나고, 다시 돌아온 그는 떠나기 전의 그가 아니다. 이 시리즈도 각 편마다 그 공식이 다양하게 적용된다. 만보는 이제 더이상 겁보가 아니고, 말숙이는 이제 더이상 막무가내 심술대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백고미의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거듭났을까? 궁금해진다. 어떻게보면 이러한 공식은 매우 식상하고 뻔한 교훈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것이 김유 작가님이 가진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옛이야기들이 그렇듯이. 그리고 최미란 작가님의 그림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이제 이 시리즈와 뗄 수 없는,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저절로 연상되는 그림이 되었다.
겁보만보, 무적말숙, 제목에서 주인공들의 문제가 보인다. 그런데 백점백곰은 무슨 문제일까? 백점이 왜 문제지? 이것도 어느정도 추리는 가능하다. 백점만 추구하는 완벽주의자? 강박? 아니면 잘난척? 아니면 부모님의 압박?
이름은 백‘고미’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백곰’으로 통한다. 태몽도 백곰이었고 덩치 크고 느리고 하얀 것이 이미지도 비슷하다. 하지만 고미는 “니는 덩치는 곰만 헌디 마음은 코딱지만 하다니께.” 라는 친구 영이의 말대로 잘 삐지고 속이 좁다. 공부만 잘하면 큰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며 친구들은 무시한 채 날마다 문제집만 들여다본다. 할머니와 부모님은 귀한 자식인 고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건 아닌데, 고미는 그렇게 친구들에게서 고립되어 혼자만 승부욕을 불태우며 살아간다. 그러다 고미가 쌓아온 백점의 성에 흠집이 나는 일이 생긴다. 고미는 좌절하다가, 자신을 위로해 줄 친구 한 명도 옆에 없다는 것까지 깨닫게 되어 더욱 슬퍼진다.
이제 고미도 ‘그 길’에 들어설 차례다. 그 길에서 고미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변화를 얻게 될까? 떡 만드는 꼬부랑 할머니(이젠 빵도 만드심)와 동굴에 들어갔지만 사람이 못된 호랑이를 만났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백고미.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것은.... 고미가 자기 자신과 마주했다고 할까. 속으로 조금 놀랐다. 평범한 듯 비범한 이야기는 이런 곳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난 작가가 아니지만 엄청 노력해서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이런 생각은 나지 않을 것 같아. 음 그러니까 작가는 절대 되지 말아야겠다.ㅎㅎㅎ
겁보만보 때부터 이야기의 맛을 최고치로 살려주던 찰진 사투리는 여기서도 여전하다. 특히 고미네 할머니인 ‘기여’ 할머니. ‘기여’ 라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네. 그 말을 고미도 이어받는다.
“기여, 우린 인저 친구가 되었구먼.” (57쪽)
이 책에서 한 문장만 고르라고 한다면 그건 좀 무리한 요구지만.... 꼭 그러라면 난 이 문장을 고르겠다.
“세상에는 길이 많더라고유.” (79쪽)
이걸 깨달았으니 고미는 이제 바라던 큰 사람이 될 수 있겠다. 개미 콧구멍 속 코딱지만하게 작았던 마음도 커지고, 더이상 외톨이도 아니고, 문제집만 들여다보며 조바심 내지도 않고 여유있고 의연한 백곰으로 말이다.
이제 그 고갯길 앞에는 다음 아이가 서 있다. 그 아이는 무엇 때문에 길을 떠날까 궁금하지만, 4권이 나올 때까지 참기로 하고. 살면서 그 고갯길을 한 번 이상은 넘어야 할 텐데. 우리 아이들이 그 고갯길로 갈 때 주저앉히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