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아이들 소원잼잼장르 4
전건우.정명섭.최영희 지음, 안경미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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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독서 추천도서들 중에서 동네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몇권 빌려와 봤다. 그중의 한 권인데, 처음 느낌은 에잉? 추천하기엔 너무 어둡고 무섭지 않나?’였다. 하지만 그 음울 사이에 희미하고 작은 빛을 찾아볼 수도 있고, ‘어두우면 어때, 밝은 전망만큼 어두운 전망도 있을 수 있는 거지. 어쩌면 이쪽이 더 가능성 있는 전망일 수도 있는걸.’ 하는 생각도 든다. SF나 공포문학 쪽으로 저자들의 명성을 믿고 선택한 면도 있다. 특히 최영희 작가님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들을 거의 읽어보았고 대부분 좋아한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전건우), 정크봇(정명섭), 불을 지피는 악마들(최영희) 이 세 단편을 엮는 책의 제목은 <종말의 아이들>이다. 종말이라... 낱말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무섭다. 하나같이 환경과 인간성이 파괴된 무서운 미래를 그린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의 종말 원인은 소행성 충돌이다. 언제부터인가 보이기 시작한 소행성의 진행 방향은 정확히 지구를 향하고 있었고, 막을 방법은 없고, 이제 어둑어둑한 하늘에 붉은 소행성의 엄청난 크기는 종말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나사는 그 마지막 날을 측정해 알렸고, 이야기의 배경은 바로 그 전날이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

 

작가가 그린 종말의 인간성에 공감이 가면서도 혹시 아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함께 종말을 맞는 사람들의 인간성은 생각보다 아름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작품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부인은 못하겠다.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못이겨 블러드 아이라는 괴물이 되었다. 어차피 죽을 거지만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서로 죽이고 도망친다. 그 안에 지하, 지호, 지유 세 남매가 있다. 부모마저도 블러드 아이가 되어, 장남 지하는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엄마를 밀어내야 했다. 세 남매는 막내 지유의 소원대로 초코파이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거리로 나선다. 내일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자 지유의 생일이다.

하늘을 깨부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묘사가 너무 실감난다. 세 남매는 꼭 끌어안은 채 이 시간을 보낸다. 무섭지 않다는 아이들의 대화가 눈물겹다.

 

정크봇에서도 괴물로 변해버린 인간의 존재가 나온다. 바로 트리맨이다. 이들에게 상처를 입으면 고통을 당하다 같은 트리맨이 된다는 점이 좀비와 흡사하다. 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어찌하든 살아보려 애쓰지만 이미 식량과 의료를 비롯한 모든 환경이 너무 열악해졌고 인간의 수명은 40세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중에 한경이 엄마가 여기저기서 얻은 부품들을 조립하여 만들어낸 정크봇이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주는데.... 이것을 지키는 것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도 산 존재는 그저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인가. 한경이와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으며 다음을 이야기하면서 끝난다.

 

불을 지피는 악마들에서는 변종동물의 위협이 지구를 삼켰다. 무시무시한 변종 메뚜기의 묘사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든다. 으으윽.... 힘있고 가진 사람들은 지하도시를 설립해 피해 들어가고, 거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위험하고 거친 들판에서 하루하루 위험과 맞서며 살아가고 있다. 메뚜기를 당해낼 수 없으니 방법은 알집을 재빨리 불태우는 것뿐이다. 그래서 지하도시 사람들은 그들은 우코바크라고 부른다. 바로 이 작품의 제목인 불을 지피는 악마들이라는 뜻이다. 어처구니 없지만 몇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것은 전설로 굳어져서 두 집단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졌다. 작가는 여기에서 편견에 대한 설명을 꽤 정성껏 하고 있다고 느꼈다.

 

들판의 소녀 라다케와 지하도시의 굴뚝 청소부 소년 토미가 어른들에게 허락받지 못한 만남과 협력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펼쳐지니, 이 책은 그래도 세 작품 중 희망이 가장 많이 들어있다고 할까. 하지만 미래의 전망으로 치자면 못지않게 어둡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지금처럼 편하게 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초기 인류의 삶은 생존이었을 것이고, 마지막도 어쩌면 그러하지 않을까. 근대 이후 짧은 편리를 누리고자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지금 우리나라의 큰 문제인 출산율의 극한 감소로 보여지는 것이 아닐지. 생각보다 두려움은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그 바퀴는 무심히 희생자들을 깔아뭉개고 굴러가기도 한다. 그 바퀴를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공포를 극대화하여 괴물이 되는 것이 맞을까. 소박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서로를 한번이라도 더 돌아보는 게 맞을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지금으로서는 겸손이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이다. 이 책을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고학년 어린이들이 읽어보겠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고 그들의 생각이 궁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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