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문지아이들 170
이경혜 지음, 이은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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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는 뭐, 이제 너무 흔해서 동화 중에 하나 건너 하나는 고양이가 나오는 것 같고, ‘책 읽는 ○○도 꽤 많으니 흔한 요소 두 개가 결합된 책이라 하겠다. 하지만 식상하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 캐릭터가 너무 생생하고 서사도 아주 새롭다. 이런 점이 이야기의 고마움이 아닐까. 써도 또 써도 샘솟는 이야기. 덕분에 작가님들은 또 그 이야기? 많으니까 안 써야지.” 이런 생각을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말에 보니 이 책은 오래된 된장이나 묵은지 저리가라 할 만큼 묵혔다가 나온 책이다. 그러고보니 고양이 스토리가 유행되기 전부터 쓰신 책이겠다. 아주 어릴 적 우리집에 있던 다이얼식 라디오는 주파수를 맞추기 쉽지 않았다. 작가님은 쓰는 작업을 주파수 맞추기에 비유하셨는데, 주파수가 딱 맞아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의 희열을 중독이라고 표현하실 정도다. 어떤 희열인지 희미하게 짐작만 간다.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희열.

 

흑묘도에서 태어난 꽁치라는 고양이가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꽁치 다섯 남매를 낳은 엄마고양이 자칭 서명월도 중요한 캐릭터다. 성질 급한 엄마는 새끼를 낳고 집주인이 선사한 싱싱한 꽁치를 맛있게 먹으면서 아이들 이름을 자 돌림으로 지어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이 한창 잘 크고 있을 때, “시끄러워 못살겠네. 너 새끼들 데리고 당장 나가 버려!”라고 주인아주머니가 한마디 했다고 바로 도도하게 아이들을 이끌고 집을 나와 고생길로 들어가 버렸다.

 

어느날 엄마는 어디선가 책을 한 권 가져와 가문의 내력을 알려주었다. 자손들 중 하나가 책읽는 고양이가 되어 대를 이어가는 가문. 그리고 글 서()자를 보여주었는데 꽁치가 단박에 그 글자를 읽었다. 책읽는 운명을 받은 아이는 바로 꽁치였던 것! 그리고 그들의 성이 왜 서씨였는지도 알게 된다. 서생원의 서씨나 인간의 서씨와는 다른 서씨. 바로 글 서씨였다.

 

, 이제 그 운명을 받은 꽁치의 묘생이 어떻게 펼쳐질까?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 맘씨좋은 선장님의 배 만선호를 얻어타고 도시에 간 꽁치는 서점이란 곳을 발견하고 책읽는 본능이 폭발한다. 이야기 속에서 꽁치가 읽는 책들은 다 실존하는 책들인데, 그걸 고르신 작가님의 센스가 만점! 이 서점에서 읽은 책은 장화 신은 고양이. 첫 책으로 가장 적당하지 않은가?^^ 이곳에서 운명의 쥐 할아버지도 만나게 된다. 그의 간절한 부탁으로 쥐 둔갑 타령을 읽어주고, 서점에 갇힐뻔한 위기에서 도움도 받는다.

 

다음에 읽은 책은 보물섬이었는데, 꽁치가 태어났던 마을의 그 집에서였다. 너무 재밌게 빠져들었다가 책 읽는 모습을 들키면 안된다는 엄마의 주의사항을 놓치고 말았다. 그집 누나한테 동영상이 찍히고 붙들려서 곤욕을.....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착하고 인심이 후하다. 이집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돈 앞에선 탐욕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모습.... 현실적이라고 본다. 특별히 악한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니까.

 

난생처음 묶임과 탈출을 겪은 꽁치는 이제 섬을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선장님의 배 사랑호를 타고. 섬을 떠나온 꽁치에게 편안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리 없었다. 큰 부상도 당해 보고, 고마운 가족들 집에서 집고양이로도 살아보았다. 그 집에서 읽은 책은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그 집에서 나올 때는 작별 인사라는 책을 현관 앞에 두고 온 우리의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 아직 안 나온 책이 무엇이 있을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바로 100만 번 산 고양이! 너무너무 재미있고 슬펐다. 그리고, 드디어 서꽁치의 묘생에도 봄바람이 불어온다. 로맨스의 시작.^^ 그런데 그것은 또다른 고난의 시작이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주인공은 길을 떠나고, 언젠가는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돌아온 그곳이 아주 안전한 결말이라, 안도하는 독자도, 뭔가 아쉬워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치만 지금까지 모험은 많이 했잖아!ㅎㅎ 그리고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는 꽁치의 마지막 모습에서 희망을 느낀다면 좋겠지.

 

240쪽 정도의 얇지 않은 책이지만 중학년부터는 읽을 수 있겠고, 2,3학년 정도의 어린이들에게는 읽어주기도 아주 좋을 것 같다. 이거 연속극처럼 아슬아슬할 때쯤 끊으면 더 읽어달라고 막 조를 것 같은데....^^ 고양이를 함께 돌본다거나 등의 고양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상태에서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많은 작품을 집필하신 능숙한 작가님답게 필력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문장들이 많아 읽는 맛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읽을 책이 없어서 걱정이 아니야. 너무 많아서 걱정이지. 대체 이 많은 재미난 책들 중에서 뭘 고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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