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쳐 주는 아이 책 읽는 샤미 21
임지형 지음, 임미란 그림 / 이지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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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투놀이를 안 좋아한다. 화투에 딱히 선입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카드로 하는 모든 놀이를 안 좋아한다. 보드게임도 싫어한다. 이유는 귀찮아서. 승부를 거는 모든 일이 피곤하다. 너무 져도 기분이 안좋고 (내가 멍청한가 싶어서) 이겨도 마음이 안 편하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내가 쫌 문제라고는 생각한다. 무슨 재미로 사니?.....^^;;; 그냥 치는 사람들 옆에서 뒹굴면서 TV나 만화책을 보다가 간식 심부름이나 하고 개평이나 얻어먹으면 만족한다.ㅎㅎ

 

하지만 내가 화투치는 방법을 모르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 이미 초딩 때 고스돕을 마스터한 몸이시라고. 이유는 기나긴 겨울밤 엄마랑 아빠가 고스돕을 치시고 귤 한봉지 내기 같은 걸 하시면 우리 삼남매는 그 옆에서 판을 구경하다가 귤 심부름을 하기도 하고 귤을 까먹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 머리 커서는 그 판에 끼어들기도 했고. 화투를 금기시한 집들도 있었겠지만 우리집은 그런 금기는 없었다. 그래봤자 나는 화투를 즐기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났다.ㅋㅋ

 

동화의 소재로 화투가 전면에 등장한 (심지어 제목이 화투) 동화가 있었을까? 표지에도 삽화에도 화투장들이 선명하게 뙇! 금기가 있는 집에서는 자녀에게 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얼마든지 권할 것 같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었다. 소재의 확장면에서 아주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할머니가 고스돕을 치며 하시는 전라도 사투리도 아주 귀에 착착 감긴다.

뭐라는 거여? 그것이 말이 돼? 안돼야. 얼른 못먹어도 고여!”

 

화투는 쳐도 쳐도 그렇게 재미있을까? 사실 규칙도 별게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맛을 못들여서 하는 말이겠지. 무겸이 할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는 화투다. 매일 아침 화투점을 보고,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 떼쓰던 무겸이를 화투장으로 달래 키우신 할머니. 덕분에 무겸이도 화투로 그림을, 숫자를 배우면서 자랐다. 하지만 사춘기가 온 지금은 할머니가 때로 창피하다.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다 싸우거나, 촌스러운 복장을 하고 다니실 때 특히.

 

그런 할머니에게 유난히 짜증을 냈던 날, 할머니는 배아프다는 무겸이의 말에 약을 사러 달려가셨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족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큰 수술을 했고 회복도 오래 걸렸다. 식당을 하는 엄마 아빠 대신 무겸이가 병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는 섬망으로 치매와 같은 증상을 보이고, 그걸 지켜보는 가족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무겸이의 비장의 무기! 그게 뭔지 짐작 못할 독자는 없겠지?^^

 

작가님은 코로나 기간 동안 이 동화를 쓰셨다. 작가의 말에 보니 한 장의 사진이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기억난다 그 사진. 격리병동에서 방호복 입은 간호사가 할머니와 화투를 쳐주는 모습. 그 화투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게 노름이거나 불건전한 놀이일 리는 없잖아?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대상의 의미와 가치는 천차만별인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우울 증상으로 심상치 않을 때, 우리 삼남매도 고스돕 회동을 몇 번 했다. (그때도 나는 옆에 빠져서 뒹굴뒹굴 했지만^^;;;) 바닥에 여섯 장, 손에는 일곱 장. 이 익숙한 시작.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

화투장 너머로 보이는 할머니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또렷했다. 드디어, 장마담이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화투란 것은 참 대체불가인 것 같기도 하다. 나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니. 그 소재로 노인이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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