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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인간
테드 휴즈 지음, 크리스 몰드 그림, 조호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월
평점 :
어 이 책 혹시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의 원작인가? 하고 살펴보니 맞았다. '추억' 때문에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 추억이란 우리 애들 애기때... 넷플릭스도 아니고 DVD도 아니고 비디오 테이프를 보던 시절....ㅎㅎㅎ 아이들이 좋아해서 난 이 비디오를 구입했었고 교실에서도 가끔 활용했다.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할 기기들이 폐기되고 다른 인기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잊혀진 영화가 되었는데... 이 책을 보고 추억을 소환했다. 엄마랑 단둘이 사는 소년 호거스는 귀엽고 정이 가는 캐릭터였다. 무쇠인간 또한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다가 마지막엔 눈물샘을 건드렸고, 고물상 주인이랑 경찰관 등 조연들의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는데.....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봤으니, 어느 대목에서 차이가 있을까, 혹시 결말이 좀 다른걸까 생각하며 읽어나가는데, 엥......? 처음부터 달랐다. 중간까지도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후반부엔 완전 처음 보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따라서 결말도 완전 달랐다. 아니 이걸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미지의 무쇠인간이라는 소재와 호거스라는 소년 이름만 겨우 같았다. 아니다. 주제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주요 소재와 주제의식만 가져가고, 서사는 애니메이션에 걸맞게 자유자재로 바꾼 거라 보면 되겠다. 아쉬운 점은, 비교에 치중해서 읽다가 작품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주 재미있게 읽지도 못했다는 점....;;;
무쇠인간이 출현했다. 이게 말하자면 로봇이니, 제작한 과학자들이 나오고 그 과정들이 나오고 해야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작가는 "아무도 모르지." 라는 말을 세 번 반복함으로 그의 출현을 미지의 일로 못박아 버렸다. 영화에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책을 읽으니 이 존재는 어쩌면 상징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떤 상징일까? 그 답에 따라서 작품 해석이 다양해질 수 있겠다.
영화는 99년에 나왔는데, 원작은 자그마치 1968년에 쓰여졌다. 50년도 넘은 것이다. 영화해설에서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라는 설명을 읽었기에 원작이 오래된 건 알고 있었다. 그 원작이 이렇게 또 새롭게 탄생하게 된 요소는 '그림'인가보다. 처음 책은 보지 못해서 모르겠고, 이번 책의 그림은 '크리스 몰드'라는 작가가 그렸다. 색과 질감으로 분위기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작가인 것 같다. 문자로 표현된 내용을 이미지로 구현하는 것은 작가의 감각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김지은 평론가는 추천사에서 "고전의 정수를 찾아 이미지로 표현하는 일에 있어서 크리스 몰드는 누구보다도 예리하다."고 평해 놓았다.
무쇠인간에게 겁먹은 사람들은 그를 처치하려 한다. 그리고 처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구덩이로 유인하여 땅에 깊에 파묻음) 하지만 그는 결국 다시 나왔고, 이번에는 호거스의 중재로 사람들과 타협한다. 이때 고물상은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중요한 장소가 된다.
'위험한' 존재는 무쇠인간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느날부터 한 별이 눈에 띄게 커지는 것이 관측되었다. 그 별은 지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 아, 영화에서처럼 무쇠인간이 자신의 몸을 던져 지구를 구하나보다!"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별의 진행은 멈추었지만 거기에서 한 괴물이 지구를 향해 다가왔고, 드디어 도착했다.
이후 그 우주괴물과의 협상을 무쇠인간이 해 준것은 영화에서처럼 몸을 던져 지구를 구해준 것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큰 의미를 남긴다.
그리고 우주괴물과의 이 대화. 할 말이 없어지게 만든다.
"우주가 완벽하게 평화로운 곳이라면서 너는 어쩌다 그렇게 탐욕스럽고 잔인한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구 위에서 울리는 다툼의 소리와 전쟁의 함성에 귀 기울이다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야. 너무 흥분돼서 나도 끼어들고 싶었어." (133쪽)
결국 우주괴물은 본연의 일을 하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우주에서 날아다니며 음악을 연주하는 것뿐이거든."
아, 나도 이런 존재이고픈데 인간세상은 그게 잘 안되는 곳이겠지.....ㅠㅠ
영화랑 너무 달라서, "엥 이 괴물은 또 뭐야?"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생각해보니 고전의 요소를 잘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영어가 된다면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저자가 시인이라 상당히 시적인 문장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길래.... 그런데 번역가와 추천자들의 말에 살짝 석연치 않은 느낌이 감지되어 검색해보니 작가의 사생활은 꽤 복잡하고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 알았네.... 작가와 작품이 일관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작품에 집중하면 되겠지.
오랜만에 <아이언 자이언트>의 호거스 목소리를 들으면서 젊은엄마 시절 추억에 빠져보고 싶네. 그리고 이 책은 학급문고로. 눈 밝은 아이가 뽑아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