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치킨쇼 - 2022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06
이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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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도깨비상이라는 이름값에다가, 치킨이라는 소재가 합쳐져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동화인 듯하다. 나도 대세를 따라 구입해서 읽어봤다. 책을 넘겨보니, 이건 읽지 않을 수 없겠다. 치킨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냄새만 맡을 수는 없듯이.ㅎㅎ

 

치킨을 싫어하는 분들은 살짝 공감을 덜 할 수도... 말하자면 치킨에 대한 선호도와 이 책에 대한 공감도가 비례할 것 같다는 뜻이다. 나로 말하자면 치킨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좋아는 한다. 이 책의 차례를 보고 군침을 삼킬 만큼은. 바삭바삭 프라이드치킨, 매콤달콤 양념치킨, 짭조름 간장치킨, 겉바속촉 오븐구이 치킨.... 이건 어느 치킨집의 메뉴판이 아니고 이 책의 차례다.

 

먹는걸로 감각만 자극한 것이 아니고, 각 메뉴의 특징을 이용해 삶의 통찰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예를 들면 바삭바삭 프라이드치킨이라는 소제목 밑에는 프라이드가 맛있는 집은 다른 메뉴도 맛있다라는 문장이 붙어있다. 치킨왕을 꿈꾸는 유이는 아빠랑 이런 대화를 한다.

아빠, 그럼 나도 바삭바삭한 사람이 될래. 프라이드치킨처럼 기본이 훌륭한 사람.”

바삭바삭한 사람이라..... 니글니글한 사람보단 백배 낫지!”

 

그런가하면 쫄깃쫄깃 윙봉장에서는 유이와 건우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안심이나 가슴살은 맛없어. 근데 또 퍽퍽살이 없으면 쫄깃살이 그렇게 맛있는지 모를 거야. 때론 하기 싫은 일도 공평하게 해 줘야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어.”

심오한 말이다.”

이렇게 다 아는 맛속에 인생의 교훈을 담다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 아닐 수 없다.

 

판매 최고를 달리는 냠냠치킨에서 천하제일 치킨 쇼를 개최했다. 이 책은 쇼의 라운드가 진행됨에 따라 두 줄기의 서사가 함께 흘러가는데 하나는 참가 닭인 일공일 호를 중심으로, 다른 하나는 어린이 판정단으로 참가하게 된 유이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일공일 호는 101마리 참가 닭 중 유일하게 일반 양계장에서 사육된 흙수저 닭이고, 유이는 특별한 재능도 그럴듯한 꿈도 없는 평범한 아이라는 점. 그러나 둘은 남들이 가지지 않은 꿈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통한다.

 

라운드를 거듭해가며 드러나는 일공일 호의 특별함은 어떤 것일까? 유이는 어떤 마음으로 일공일 호를 응원하게 될까? 이와같은 후반부의 내용에서도 치킨이 들려주는 삶의 통찰은 빛을 발한다.

보통 치킨은 뜨거워야 맛있지? 그런데 닭강정은 식어야 바삭하고 고소해. 세상에 정해진 일 따윈 없어. 섣불리 판단하고 낙심할 필요도 없지. 어떠한 상황에 처했든 시간을 조금 두고 지켜봐. 슬픔은 꽁꽁 얼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고, 기쁨은 뜨겁게 튀겨서 후후 요란하게 먹고, 분노는 찬물에 식혀서 쪼끔만 먹는 게 좋아. 뭐든 체하지 않게.” (118)

꿈꾸는 삶은 결코 후지지 않지. 삶은 생각하는 쪽으로 스며들거든!” (145)

 

이 책은 주인공 유이 또래인 저학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어록을 작성하면서 보려면 고학년이 더 좋을 것 같다. 각자가 뽑은 어록으로 표현활동을 하고 서로 나누면 무한히 확산적인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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