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안녕, 로마 웅진책마을 116
김원아 지음, 리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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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따라서 떠오른 책이 있었다. 최나미 작가님의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이다. 당시 아주 새로운 내용이었고 많은 곳에서 읽혔고 사랑받은 책이었다. 생각난 김에 검색해보니 첫 출간이 2005!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그래도 세상이 아주 조금은 바뀌었나보다. 당시엔 나도 우와 이런 소재, 이런 결말? 하면서 놀라워했는데, 지금 나왔다면 그렇게까지 특별한 느낌은 아닐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여성을, 엄마를, 가족을 바라보는 눈이 그때와 크게 달라졌냐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도 고정관념은 존재하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김원아 작가님의 이 책도 가족의 문제, 그중에서도 자신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 엄마와 가족의 관계를 조명한다. 가족 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시시콜콜히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배경의 스케일이 커졌다. 로마! 승아는 2년만에 엄마를 만나러 로마로 떠났고, 로마에서 겪는 일들이 이 책의 대부분을 이룬다.

 

아빠와 갈등을 겪던 엄마는 2년 전 승아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홀연히 떠나버렸다. 남은 아빠는 책임감이 강하고 딸에 대한 애정이 극진한 사람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승아를 키웠다. 2년이 지난 어느날 승아는 엄마에게 난데없는 엽서를 받는다. “엄마 로마에 있어. 놀러 와.”

 

복잡한 감정을 안고 승아는 홀로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그 긴장된 여행길에 미리 나중나와 있어도 부족할 엄마가 늦게 오질 않나, 잘생긴 외국남자와 함께 그의 차를 타고 오질 않나, 한국에선 입지 않던 과감한 패션을 하고 있질 않나.... 승아의 마음이 더 꼭꼭 닫혀버릴 상황들만 눈에 띈다. 엄마는 상처받고 힘들었을 승아에게 미안해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매일 본 듯 무심하며, 당당하고 자유롭다. 자신의 일(로마에서 여행 가이드)도 멋지게 하고 있다. 승아만 속을 끓이는 듯하다.

 

승아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여길 왔는데 언감생심, 어른들 세계의 벽은 높았다. 승아가 어찌 해보겠다는 생각은 어림없었다. 끝내 승아는 최후의 방법을 쓰고 만다.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을 담보로 한 작전이었다. 자식에 대한 걱정이라면 어느 부모가 한마음이지 않을까? 극약처방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방법도 어른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엄마는 로마에 남고, 승아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혼자 탄다. 그렇다면 서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마도 로마에 올 때와 떠날 때 승아의 마음과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는 말을 흔히 하듯이, 어른이라고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기는커녕 모순과 허물투성이인 것이 인간이다. 이 책에서 엄마가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아빠에게도 알고보니 좋은 모습만 있진 않았던 것처럼. 물론 부모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많은 수양(?)을 하며 산다. 말하자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희생하고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머리가 조금 큰 자녀라면, 이런 부모의 모습에 좌절하거나 화내지 말고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 훠얼씬 낫다. 엄마의 인생은 엄마의 인생,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 서로 대신 살아줄 수 없으니.

 

로마에서 만난 여행객 중에 중요한 조연이 있었다. 엄마와 둘이 여행온 지훈이. 지훈이는 승아가 갖지 못한 엄마와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끔찍하게 싫어하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엄마랑 좀 떨어지는 게 소원이다. 이쪽도 이해가 간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중간이 없을까.^^;;;

 

난 독립적이지 못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가족을 벗어나 단독질주할 생각은 평생 해보지 못했다. 가족 공동체에, 그리고 특히 어린시절 양육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에 불만은 없다. 승아는 앞으로도 좀 쓸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쓸쓸함을 독립적인 감성으로 잘 승화시키길 바란다. 그러면 나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 생각대로 안되는 일은 인생에 수없이 많이 닥쳐온다. 그걸 상대하는 모습, 거기서 삶의 자세가 나온다. 승아와 엄마의 다음 만남은 훨씬 더 편안하고 즐거우리라 믿어본다. 행복하지 못할 건 뭔가.


표지에 캐리어를 끌고 노을지는 저녁길을 혼자 걷는 승아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 같아 살짝 눈물겨운 느낌이 든다. 쓸쓸하지만 아름답잖아. 힘을 내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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