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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고양이 킹의 엉뚱한 마법 ㅣ 작은 스푼
김혜온 지음, 이윤우 그림 / 스푼북 / 2022년 12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동화계에서 트렌드가 되었다는 고양이의 등장. 하지만 아직 한참 더 나와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고양이는 그 고양이고 이 고양이는 다르다. 킹은 유일한 고양이다! 고양이들 중에서 샐쭉함과 도도함은 좀 덜한 고양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건 아마도 작가님이 키우시는 고양이가 개냥이라서?ㅎㅎ 겉으로 도도하려고는 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도움의 행위 때문에 도도함은 밀린다. 그냥 ‘킹 없으면 어쩔 뻔했어?’ 이런 생각만 든다.
특수교사인 작가님이 만드신 ‘달지’의 캐릭터는 생생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수행에 서툴러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다. 장애다 비장애다 이런 구분도 점점 무의미해진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구분짓자면 달지는 장애학생이다. 도움반에서 공부하는 친구. 그런데 이 책에서 도움반 상황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달지는 도움반이 없는 학교에 다니나 보다. 장애가 중증이 아닌 경우에 그런 상황도 꽤 있다. 저학년용 짧은 동화에 도움반 상황까지 넣으면 복잡하니 그런 설정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달지의 학급 내 상황이 더 잘 보였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역할에 마음을 졸였다. 나를 보여주면 어떡하지....ㅠ 나랑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선생님이 나왔다.
친구들 캐릭터의 설정도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되다 못해 악하다고 말해야 할 아이들은 없고, 그렇지만 달지를 속상하게 하고 때론 괴롭히는 아이들은 있고, 반면에 달지를 감싸주고 달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친구도 두 명쯤 있는.... 대한민국 평균치 교실이라고 하겠다. (내가 평균치를 너무 높게 잡았나... 어떻게 저럴수가 있지 싶은 아이도 사실은 있다. 좀 도와줬으면 하고 기대할 아이가 없을 때도 있고.ㅠ)
가장 현실 같았던 건 달지의 말투. 작가님이 수없이 들어봤을,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왔을 그 말투.
“모, 못해. 나 어, 어차피 못해.”
“내가 해떠!”
“꼬꼬 숨어라, 머리카나 보이라.”
삽화가 없어도 달지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달지가 이책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어차피’ 였다. 실제로 그런 아이가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라는 말이 각인된 아이. 실패의 경험에 갇힌 아이.ㅠ
이렇게 현실을 담은 내용을 판타지로 만드는 마법의 주인공은 바로 학교 고양이 킹. ‘엉뚱한 마법’이라는 제목처럼 마법도 실수하는 엉뚱한 고양이 킹. 하지만 그 어설픈 마법사 때문에 달지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다. 결국 가장 좋은 결말을 가져오는 그 엉뚱한 마법.^^
내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선생님의 학급운영 방식. 달지를 걱정하고 챙겨주시고 나름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인데, 보상체계가 달지를 힘들게 하고 소외시킬 거라는 생각을 못하시다니? 이제 많은 선생님들이 보상체계의 굴레에서 벗어났는데, 아직도 머물러있는 분들이 계시긴 할 것이다. 나도 이전 학교에서 학교차원의 보상이 있었을 때, 일부를 차용할 수밖에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달지 같은 친구가 교실에 있을 때는 더욱 주의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세심한 것까지.
달지와 친구들이 앞으로도 계속 웃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킹의 이런 말이 시사점을 준다.
“인간들은 다 달라, 못해도 멋질 수 있어.”
“꼭 도움이 돼야 해?”
찔린다. ‘도움이 되는 것’은 그동안 내가 인간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는데. 시각을 좀 바꿔봐야겠다. 우린 모두 존재만으로 빛날 수 있으니까. 남한테 나쁜 마음만 먹지 않는다면 함께 어울려 사는데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