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저학년은 책이 좋아 23
김은아 지음, 박재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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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주인공인 책은 꽤 많지만, 많이 비슷한 얘기가 아니라면 저마다 매력과 재미가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제목부터 멋지다. 집으로 가는 길. 많은 의미가 담겼을 것 같은 제목이다.

이 책에는 두 마리의 개가 나온다. 일단 화자인 마루. 삽화상으론 푸들 계통인 것 같은 미모견인데 어쩌다 거리의 개가 되어 며칠째 집을 찾아 헤맨다. 두 번째 개는 유기견인 점박이. 닥스훈트처럼 다리가 짧고 전체적으로 길쭉하다. 어쩌다 애견인(?)이 되어버린 내 눈엔 둘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집을 찾아 허둥대는 마루에게 점박이는 냉정한 현실을 말해준다. “너 아직 모르겠니? 넌 길을 잃은 게 아니야. 버림받은 거지. 그러니까 집으로 가 봐야 소용없어.” 점박이는 심술궂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빨리 체념하는 게 그나마 상처를 덜 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이기도 한 상황. 하지만 마루는 믿을 수 없다. 집을 찾아 가는 길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길에 점박이가 계속 나타나 슬쩍슬쩍 도와준다. 굶주린 마루에게 소시지 하나를 무심히 툭 떨어뜨려 주기도 하고.

그러다 두 개는 훈이라는 아이를 만난다. 공원의 개와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천하에 못된 녀석. 마루도 그 녀석의 돌에 맞는다. 그런데! 그 녀석은 초면이 아니다? 바로 마루 주인인 민호의 옆집에 사는 아이다. 훈이를 따라가면 집을 찾을 수 있다!

못된 녀석을 외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개들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도 훈이를 관찰할 수 있다. 훈이가 거리를 떠도는 이유. 아무 데도 맘을 못 붙이고 심통을 부리는 이유를. 그리고 괴롭힘을 당할 때의 연약함을. 못된 행동을 정당화해서는 안되지만 훈이의 심통이 풀어지는 지점을 보면 생각할 점이 많다. 정말 악한 아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못된 아이는 그 지점이 있다. 그걸 찾기도, 풀어주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있다. 이 책의 훈이처럼 말이다.

나는 서평을 쓰면서 스포를 그닥 고려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여기서 더 썼다가는 재미를 다 까먹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집으로 가는 길, 마루는 집을 찾았을까? 산책 나왔다가 잃어버렸다는 마루의 말이 맞을까? 버려진 거라는 점박이의 말이 맞을까? 마루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점박이는?

이 책은 ‘저학년은 책이 좋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3학년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읽어주기에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특히 마루의 활약 부분에서 아이들이 숨죽이고 신나할 것 같다. ‘마루의 활약’이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저학년인 아이들이 좋아할 포인트가 참 많은 책이고, 어쩌다보니 애견인인 나도 퍽 재미있고 훈훈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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