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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법사 쿠키와 일요일의 돈가스 ㅣ 바람어린이책 21
이승민 지음, 조승연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10월
평점 :
이승민 작가님 책도 꽤 많이 읽은 편이다. 워낙 많이 쓰시기도 했고, 대부분 재미있기도 해서다. 이 책도 재미있어 보여서 금방 손이 간다. 좀 길긴 하지만 솔깃한 제목과, 조승연 님의 그림도 책의 맛을 더해준다.
첫장에 주인공이자 마법사인 강아지 쿠키가 소개된다. 할 줄 아는 마법이 256가지나 된다나? 그 내용도 분신술에, 순간이동에, 아주 대단한 마법들이다. 그리고 그 마법으로 대단한 모험 여행도 많이 했다며, 다 쓰면 10권도 넘을 거라며 밑밥을 깐다. 아마도 이 책도 시리즈가 될 모양? 첫 권부터 출발이 좋다.
펑범하고 귀여운 강아지지만 알고 보면 마법사, 쿠키에게는 그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면서 수제자인 민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는 행복한 일상이 있는데, 어느날부터 그 일상이 흔들린다. 이유를 살펴보는 쿠키와 민지에게 닥치는 악의 그림자.... 그들은 이 악과 싸워야 한다. 위기를 맞지만 마침내 승리하고 행복한 일상을 되찾는다. 이렇게 전형적인 스토리 공식에 딱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식상하지 않은 재미가 있다. 다양성과 변화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니까. 지금부터 그 재미를 따라가보면,
그들의 평범하고도 행복한 일상은 일요일 외식이다. 바로 제목의 돈까스를 먹는 날. 이날은 쿠키가 ‘이순례 할머니’로 변신하여 민지와 함께 ‘맛나 돈까스’로 외식을 간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은 얼마나 행복한가. 더구나 돈까스집 할아버지는 친절하시고 돈까스는 맛있고 푸짐하다.
어느날 그 일상에 금이 갔다. “늘 먹던 걸로 드릴까요?” 하시던 돈까스 할아버지는 메뉴는 커녕 그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바깥에 나가보니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이상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모두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마법사인 쿠키는 그 악한 마법의 실체를 찾는다. 바로 기억을 먹어치우는 거대고양이였다.
거대고양이와의 싸움이 쉽다면 이야기는 시시하겠지? 쿠키와 민지는 함정에 빠지기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결국 팀웍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거대고양이는 먹어치운 기억을 모두 토해냈다. 토해낼수록 거대한 몸집이 점점 줄어들더니, 마지막에 남은 모습은 작고 귀여운 고양이. 이럴수가!^^
왜 기억이었을까? 거대고양이가 노린 것 말이다. 사람들에게서 빼앗을 것들이 많지만 기억처럼 치명적인 것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기억은 어쩌면 그 사람의 존재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치매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닐까.... 기억이 사라지면 관계도 사라지고 사랑도 무너지고 미래도 남지 않는다. 거대고양이는 그렇게 소중한 것을 먹어치워 배를 불리고 몸집을 키워갔다.
다시 돌아온 일상의 평화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가지 전과 다른 것이 있다. 쿠키와 민지의 일상에 끼어든 존재. 고양이 말이다.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
“하..... 마법이 문제지. 저 귀여운 고양이가 무슨 문제겠어.”
고민 끝에 내뱉은 쿠키의 이 말에 결말이 달려있다. 그들의 일상은 변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화롭다.
주인공의 위기와 극복, 그리고 마법의 힘에 열광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끝까지 읽어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그리고 경험상, 3학년과 함께 읽을 책들이 가장 고르기 애매했는데 이 책은 3학년까지 좋을 것 같다. 시리즈를 예고하셨으니 다음 편에는 어떤 모험과 판타지가 펼쳐질지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