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우유 공약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5
문경민 지음, 허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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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이라는 청소년소설을 읽고 이 작가님의 동화도 쭉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중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얇지 않은데 한번에 쭉 읽히는 가독성은 작가님의 특징인가보다. 개인적으로 훌훌만큼 좋진 않았고 엥? 하면서 몰입이 힘든 대목이 살짝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흰우유는 못먹고 딸기우유만 좋아하는 나연이는 엄마랑 둘이 산다.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의 어깨는 무겁고, 나현이는 학교생활을 잘해나가는 편이다. 전교어린이회장에 출마할 만큼. 이쯤되면 제목과 어우러져 내용이 짐작된다. 딸기우유를 그리 좋아하더니만 딸기우유 공약을 내걸었구나!

딸기우유니 초코우유니 하는 공약은 대표적인 헛공약이면서도 참 징하게 해마다 나오는 공약이다. 어쩜 그런지 신기하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이 공약을 실현한 후보는 커녕 실현하려고 애쓰는 후보도 본 적이 없다. "자신이 할 일이 아닌 것을 공약으로 걸지 말고 작더라도 실현 가능한 약속을 합시다!" 라는 조언에 예시자료로 사용될 뿐이다. 하지만 문학의 감정이입은 참 무서운 것이어서 난 저 꼴을 수도 없이 봤으면서도 나현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공약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현이의 생각도 나름 이유는 있다는 생각이....^^;;;

다른 엄마들처럼 못해줘서 늘 속상하고 미안한 엄마가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와서 다그치는 장면에서 모녀의 마음이 다 이해돼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이 논쟁을 통해 나현이는 노선을 약간 수정한다. '우유 선택권'으로. 본질상 별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막강한 시은이가 있어 별 승산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 선거과정의 핵심인 선거 공약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의 반전.... 반전은 놀라웠지만 내게는 좀 과하게 보였다. 나의 경험이 다는 아니고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훨씬 더 많지만 '저 정도 아이가 있다고?' 썩 공감이 가지 않았다. 어른들 행태의 축소판을 표현하느라 좀 무리하신 것이 아닐까? 하여간 이 반전으로 인해 선거판은 이제 공약이 문제가 아닌 상황으로 넘어갔다.

제목이 '딸기우유 공약'이지만 이 공약이 실현되는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었다면 나는 짜증이 좀 났을 것이다. 관철될때까지 노력해야 세상이 진보하는 일도 있지만 내가 볼 때 이 건은 그런게 아니다. 그걸 유라의 입으로 말하고 있다. 유라는 나현이의 선거운동원 제안을 고사하며 미안해했던 친구다.
"우리 아빠더러 대체 몇 시에 일어나라는 거야! 바나나우유 좀 안 먹으면 어때서. 초코우유가 대체 뭐라고. 딸기우유? 야, 그거 내가 매일 사줄게. 아, 정말 미치겠다. 정말 나 미칠 것 같아. 나현아."
알고보니 유라의 아빠가 우유배달을 하셨다니.... 둘은 같이 울었다.

내가 볼때 문제는 두가지다. 공약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수고가 들어간다는 점. 자신은 생색만 내고, 그것 때문에 쎄빠지게 일하는 건 다른 사람이라는 것. 많은 공약에 이런 맹점이 있다. 또 하나는 우유급식을 꼭 학교에서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이건 내가 내부 당사자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기니 여기까지만....

공약을 위주로 내용을 말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인물이 빠졌는데, 딸기우유 공약을 듣자마자 나현이를 도와준 덕주다. 말 한마디 섞지 않던 덕주가 나현이를 위해 벽보와 피켓을 만들고 전단지의 그림을 그려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치매에 걸린 덕주 할머니 때문이었다. 그리고 덕주는 탈북민이었다. 탈북민이 이렇게 등장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좋았다. 두 살 많은 덕주가 무심한듯 무뚝뚝하게 배려해주는 것도 좋았다. 근데 마지막 달달장면은 쫌 별로다. "아까 고생했어." 이 말만으로 느끼는 달달함이 훨씬 진국이거든요. 거기서 멈춰야 딱 좋아요. 뭐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그렇더라.ㅎㅎ

딸기우유 공약이 어디로 치달을지 아슬아슬했는데 미완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나현이가 어느 쪽으로든 나몰라라 하지 않고 마무리를 잘하길 바란다.
"이럴 때면 너희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덕주가 지적한 아이들의 책임감. 난 여기에도 방점을 찍고 싶었다.

금요일 퇴근길에 들른 도서관에서 빌린 작가님의 책이 두 권 더 남았다. 이제 다음 책으로 넘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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