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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1 - 수상한 오두막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연철 지음, 오승민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9월
평점 :
대박 캐릭터가 또 탄생한 것 같다. 히트한 캐릭터들 중엔 고양이가 많고 이 책 또한 고양이.... 고양이의 개성에 딱 맞게 까칠하고 거리를 두면서도 속은 깊은 이 캐릭터는, 기존의 수많은 고양이 캐릭터들과 닮은듯 다르다. 이름은 백꼬선생. 아예 처음부터 (1)이라는 번호를 달고 나왔으니 시리즈로 나올 것을 예고하는데, 여기저기서 주목받는 것을 보니 출발이 무척 좋다. 잘 만든 캐릭터의 힘은 강력하다.
간절한 주문은 두 세계를 연결해준다. 그래서 흥미로운 판타지가 펼쳐진다. 혼자 고민하다 지친 호제가 무심결에 외운 주문이 건너편 세상(매직 캣츠 월드)의 백꼬선생에게 접수되었다. 채비를 하고 호제네 집 근처로 온 백꼬선생은 작은 오두막 하나를 척! 세운다. 그게 호제의 눈에 띄고, 마법의 미끄럼틀이 호제를 인도한다.
백꼬선생이 운영하는 세계가 '그림책 세계'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별함과 차별성이면서 엄청나게 넓고 좋은 입지조건이다. 각 권마다 새로운 주인공의 고민에 알맞은 그림책의 인물들이 등장하면 되잖아! 너무 기대되고 궁금해!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대박 발상을 하셨을까!^^
오두막은 작은 그림책방이 되었다. 호제는 여기에서 그림책 한 권을 골라 설명서에서 시키는대로 하면 그 그림책 주인공이 나와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준다. 호제가 고른 그림책은 하필 '백 번 산 고양이'. 그리하여 첫 권의 활약은 바로 백꼬선생이 직접 하게 되었지 뭐야!
호제의 고민은 수영교실과 레벨 테스트, 그리고 수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호제를 괴롭히는 유찬이라는 녀석이다.
"아, 성가시게 하는 거 질색임. 이 몸은 이따가 알아서 시간 맞춰 감."
이렇게 딱딱거리는 백꼬선생이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는 어느새 등장하여 해결책을 열어준다. 심하게 마법적이지는 않게. 해결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하지만 호제는 백꼬선생과의 대화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 마음의 짐을 털어낸다. 이 짐이 나와 비슷해서 놀랐다. 앞으로 이 시리즈엔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나올 걸로 예상된다. 그 중 1탄이 내 유형이라니, 이런 영광이 있나.^^
"모든 걸 잘하고 좋아할 수는 없음. 사람이 다 같을 수도 없음. 그럴 필요도 없음. 이 몸이 비록 질색하는 건 많지만 좋아하는 것도 꽤 있음."
"호제는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데는 싫었다. 복작복작 시끌벅적 정신이 없었다. 오래 줄을 서는 것도 짜증났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도, 워터파크도, 아쿠아리움도, 해수욕장도 다 별로였다. 그걸 이해 못하는 애들한테 변명하는 것도 웃겼다....."
결국 호제는 유찬이에게서도 스스로에게도 당당해진다. 이 도움의 과정에 대한 백꼬선생의 생각은 이렇다.
"그러니까 나는 나대로 내 일하고 살아가는 거임."
"우린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게 원칙임."
이게 좋다. 누가 누굴 돕겠다고 달려든다는 건가. 자기 일 똑땍이 하고 살아가면 그게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게 되어있다. 굳이 마법세계를 불러오지 않아도 이세상 시스템은 그렇게 되어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너무 덤비지 말고 낄끼빠빠.
이런 말 하는거보니 나도 어느새 백꼬선생의 매력에 빠진거 아니야? 백꼬선생은 쿨하게 떠났다. '서비스에 만족하셨음?'에 사인을 받고. 하지만 슬퍼할 필요가 없다. 2권이 예약되어 있으니까. 2권 의뢰인은 어떤 유형일지, 어떤 그림책의 누구를 소환할지 너무 궁금하네. 백꼬선생, 또 봅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