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배워야 한다는 면에서, 이 책의 발상에 매우 동의한다.부모도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오죽하면 나오게 되었을까 라는 관점에서도, 이 책의 설정에 속시원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나를 향하면, 뜨끔해지는 거지. 이책은 이렇게 여러 면에서 느낌을 준다. 어린이가 보는 면은 또 다르겠지. 내가 보는 면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대통령이 '국립 어른 초등학교'를 신설한다고 선포했다. 어린이들이 방학을 하면 어른들이 개학을 한다. 어른 초등학교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어른 자격증'을 받아야만 진짜 어른이다.내 속에 묻어놓았던 경험들이 이 대목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나도 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까맣게 못하고서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론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뭔가 되는 방법을 찾아서 진짜로 실현시킬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이 학교의 학생들은 당연히 어른들이고, 교사는 어린이들이다. 첫장에 액자에 쓰여진 교훈이 떡하니 나온다."어린이는 항상 옳다"오..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어른이 항상 옳지 않다고 해서 어린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이런 극단주의를 제발 조심합시다. 하지만 이야기니까 넘어감.책은 이 학교의 선생님이 된 라온이의 이야기와 학생이 된 아빠의 일기가 교대로 나오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학생이 되어 고충을 토로하는 아빠의 일기에 웃음이 나오고, 그런 어른들을 지도하는 라온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꽤 믿음직스럽다. 어른들이 싸워서 "학자녀를 모시고 오세요!" 하는 장면, 학자녀들이 와서 부모 대신 사과하고 집에서 잘 지도할 것을 약속하는 대목을 읽으면 만감이 교차한다.ㅎㅎ불만을 품은 어른들의 반란, 그리고 그 반란이 진압(?)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결말도 괜찮았다. 결국 아빠는 '어른 자격증'을 받게 된다.이 책대로 현실이 될수는 없지만 '어른 자격증'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싶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낳아놓고 책임지지 않는 부모들이 자녀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상황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부모의 허락 없이는 타인이 (교사나 기관도) 도움조차 줄 수 없기 때문에. 다 준비해주고 '오케이'만 해달라는데 그 오케이도 안해주는 게으르고 대책없는 부모들도 있는 게 현실이라서.ㅠㅠ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부모가 교육을 받도록 강제할 어떤 수단이 있겠냐고. 그러니 이 발상은 이렇게 책에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이야기 속에서 어른들이 공부하는 내용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이 나오는데(자녀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 내용에 대한 합의를 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하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나를 바꿀 생각이다."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죠?가르침에는 나이가 있을까요?"난 이 면에 있어선 다행히 그렇게 꽉 막히진 않았다. 누구에게든 배워야지. 더 늙어도 그래야겠지.이 작가님의 전작 <거짓말 경연 대회> <엄마의 걱정 공장>등을 좋게 기억하고 있어서 이 책도 읽어보았는데 여러 생각이 드는 괜찮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신나하고 마음속 뭔가가 풀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