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 바우솔 작은 어린이 43
이승민 지음, 박현주 그림 / 바우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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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민이의 일기 시리즈로 접한 이승민 작가님의 특징은 첫번째로 유머다. 말도 안되는 얘기도 유머로 눙쳐버리면 그래, 이야기니까... 하면서 하하 웃으며 읽게 된다. 사소한 발상에서 시작해 사부작사부작 인물이 만들어지고 작가의 천연덕스러운 유머가 버무려지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탄생! (아, 말이 그렇지 작가 입장에선 고뇌 끝에 탄생하는 거겠지. 오죽하면 코딱지로 발상을 했겠어.^^;;;)

'세 가지 소원' 류의 발상은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한다. 누구나 해보고싶은 상상이어서가 아닐까. 잘못 소원을 빌었다가 소시지 한줄 밖에 남은게 없었다는 부부 이야기를 읽고 애석해하면서, 나라면 이렇게 소원을 빌 텐데 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예전 국어교과서에도 그 이야기와 발문이 나온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머리를 쓰기 시작하자 소원이 천편일률이 되어 재미가 없었다. "평생 소원을 빌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를 주세요." 라든가, "써도 계속 채워지는 통장을 주세요." 아이들의 소원도 결국 거의 돈으로 귀결되던 씁쓸한 기억. 그런데 소원 이야기가 또 나왔다니? 어떤 새로운 점이 있으려나?

첫번째는 그 능력이 '코딱지'에서 나온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는 그 능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능력의 실체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에 빈 소원들은 뭔가 어설프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SNS와 유튜브의 세상이잖아. 승우의 코딱지 능력은 전세계에 알려졌고 승우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고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엄청나게 좋은 집에서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고 호위를 받으며 산다. 할 일은 매일 일정명에게 코딱지를 묻혀 소원을 빌게 해주는 것과 이 모든 과정을 방송으로 중계하는 것.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소원빌기는 점점 정교해지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세상에는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승우는 유명인의 생활이 평범인일 때보다 더 무료해지고, 선플보다 악플에 상처받으며 회의에 빠진다. 그때 등장한 단짝친구 민주. 민주는 모든 것을 평범으로 돌려놓는 데 자신의 소원을 썼다. 휴우~ 결말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 독자들은 여기에서 안도를 느낀다.

키가 3미터가 된다든지, 대신 학원에 갈 분신이 생긴다든지, 외계인이 지구로 온다든지 등의 황당무계한 일들 투성이지만 그건 그냥 이야기적 허용으로 넘어가면서 작가의 유머를 따라가며 웃게 된다. 다 읽고 나면 유머와 대비되는 단단한 고갱이가 남는다. 세상에 '소원을 들어주는 □□'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하지만 꼭 하나만 제발 들어주었으면 싶은 소원은 세상에 넘쳐나고, 그러니 이 소재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어 또다른 이야기를 낳겠지?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나는 또 그 이야기를 읽겠지. 조금씩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 코딱지로 시작된 소원 이야기로 아이들과 즐거운 상상 끝에 제법 무거운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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