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파는 고슴도치
슬라비 스토에프 지음, 마테야 아르코바 그림,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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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쪽의 길지 않은 우화지만, 많은 우화들이 그렇듯이 동물들의 모습에서 인간 행태의 모순을 발견한다. 정곡을 찔리는 것이다.

내용은 제목에서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어울려 잘 살아가던 숲의 평화를 깬 자, 고슴도치의 전략은 '미움'을 파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그는 호의호식했고 그를 제외한 모두가 비탄에 빠지게 되었다. 미움을 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았고, 한번 물꼬가 터지면 줄줄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그 이유를 나는 '쉬워서' 라고 본다. 그게 제일 쉬운 방법이라서다. 미움의 대상을 찾아서 모든 화살을 거기다 쏘는게 제일 간편하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집단이 우루루 몰려 함께 증오하면 모종의 쾌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고슴도치가 거짓말을 하긴 했지. 하지만 거짓말을 사들인 건 우리다. 왜? 두렵고 화가 날 땐 그냥 믿어버리는 게 가장 쉬우니까. 그렇게 우리 스스로 마음 속에 미움을 받아들이고 겨우내 불을 붙여 잘 타오르게 한 거다." (52쪽)
이 책은 이렇게 집단 미움의 원리를 동물 우화로 소름돋게 표현했다.

나도 사람이 미울 때가 있다. 이게 인지상정인데 어쩌란 말인가? 저주인형 만들자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분들에게 나 포함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미움은 인간의 기본적 감정이다. 이걸 죄악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눈 먼 미움'이다. 이성이 상실된 증오. 과녁이 필요해서 끌어낸 대상에 대한 미움. 때는 이때다 하고 쏟아내는 미움. 우루루 휩쓸려서 함께 공격하는 미움. 마침내는 자기 자신까지도 속는 미움. 사회에서 이런 미움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미움에만은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해야겠다.

처음 보는 이름의 저자는 심리학자라고 하는데, 철학적 주제를 통찰력있게 잘 풀어낸 것 같다.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싶지만 부정적 감정이 아이들에겐들 없을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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