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바, 집에 가자 달고나 만화방
도단이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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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화책들이 많다. 줄글책을 전혀 보지 않고 만화만 보는 게 아니라면, 가끔씩 ‘만화특집’ 독서를 기획하고 싶다. 여름방학 전 1학기 마지막주에 만화책 바구니를 구성해서 부담없고 즐거운 독서를 했었다. 읽기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내용이 탄탄한 그래픽노블을 골라 읽었고, 편하고 즐겁게 읽고 싶은 아이들은 국내 만화가들의 창작만화를 골라 읽었다. 다음부터는 이 책도 바구니에 넣을 수 있겠다. 지난번 최고 인기만화는 남동윤 작가님의 귀신선생님 시리즈였는데, 이 책도 베스트5 안에는 들 것 같다. 아이들은 대부분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니까.

표지에 있는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단번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내용은 더 좋다. 170여 쪽의 제법 두툼한 분량에 반려동물에 대한 묵직한 생각들이 고루 담겼다. 생각은 묵직하나 내용은 재미있고 그 안에 든 감정도 풍부하다. 네모칸을 나누지 않고 세로 2단으로 그려나간 구성이 새롭다. 읽기도 편해서, 굳이 칸을 나눌 필요가 없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그려진 3~6쪽 정도로 1화가 구성되어 있고 총 33화까지 있다.

미노 아빠가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의 협의하는 과정,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 등이 초반에 나온다. 결정된 이름은 제목에 나온 ‘심바’. 이 이름이 반가웠다. 나도 우리집 개 이름을 이렇게 짓고 싶었거든. 누렁이라 아기때 새끼 심바 느낌이 나서. 다른 이름에 밀려 그 이름은 채택되지 못했는데 이 책에 딱 나오다니! 이제 심바는 개를 키운 집들이 다 겪어본 그런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렇게 심바를 키우는 중에 미노 가족이 겪은 일들은 많은 정보와 시사점, 그리고 생각할 거리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개를 좋아하거나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성향도 존중할 것. 그렇기 때문에 특히 산책할 때는 견주의 주의가 많이 필요하다. 이른바 펫티켓에 대한 내용들이 적절히 들어있다. 강아지 공장의 어미개들과 유기견들의 비참한 현실도 엿볼 수 있고 안내견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주제들이 설명식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고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다.

눈물이 울컥 나는 장면들도 있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똘이.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에게 똘이는 자식이자 친구였는데... 어느날 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시신을 옮기는 구급차를 쫓아가는 똘이....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똘이. 개의 기다림은 너무 슬퍼.

또 다른 개 막내. 길에 쓰러졌다가 유기견 보호센터로 들어온 콜리 종이다. 미노 엄마는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이 개에게 유독 마음이 쓰여 갈등한다. 드디어 결심하고 센터를 찾은 날, 콜리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안락사 기한이 다 되었는데 망설였던 자신을 책하며 눈물짓던 엄마에게 온 문자. 콜리는 과수원의 새 식구가 되었으며 막내라는 새 이름도 갖게 됐다는.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엄마는 그 과수원의 사과를 주문해서 먹고, 스치듯 마주치며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다행스럽고 행복한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여러 마리 개들이 자기소개를 하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모두 버려진 개들인게 아닌가. 자기 소개 안에 버려진 이유가 들어있었던 것. 너무 활발해서, 털이 많이 빠져서, 너무 커져버려서, 짖어서...ㅠ 그리고 그 아이들은 기다린다. 버려졌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슬프다. 사람들은 선택한 생명에게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닌 것이다. 올여름에도 휴가지에 유기견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유기견의 개체수도 유행하는 종에 따라 변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뭐든 인간 취향대로, 인간 맘대로인 것이지. 내 안에도 그런 속성이 있다. 깊이 들여다볼 문제다.

반려인들, 예비 반려인들에게는 필수인 책이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재미와 가독성을 높였고 내용과 주제의 묵직함은 튼튼하게 유지했다. 그림도 너무 귀엽고, 미노 가족들이 평범하면서도 참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어서 친근하고 마음이 흐뭇했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재미있고 따뜻한 느낌을 채워줄 만화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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