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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 보드리 - 전쟁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습니다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헤디 프리드 지음, 스티나 비르센 그림, 류재향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의 작가는 유대인이고 홀로코스트를 경험했다. 직접 체험하셨다고? 그럼 나이가 많겠네? 하고 봤더니 90세시라고 한다. 그 나이에도 이렇게 작품활동을 하시고 강연도 다니신다니. 홀로코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 그런데도 계속 말해야 하나? 작가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으로.
이 책은 판형도 작고 내용도 간결한 그림책이다. 스티나 비르센 그림작가의 수채화가 아름답다. 수채화 특유의 색감에 평안함과 행복, 긴장과 공포와 절망, 재회의 기쁨까지 모든 감정을 잘 담았다.
작가는 어린시절에 가족이자 친구인 개 '보드리'를 키웠다. 홀로코스트의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닥쳤고 작가의 가족은 끌려갔다. 보드리는 계속 쫒아왔지만 기차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그렇게 보드리는 가족을 잃고 마을에 남겨졌다.
개는 기다림의 동물이다. 기다리는 뒷모습은 애처롭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주인이 버리고 간 개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는 얘길 들었다. (정확하진 않다. 아닐수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보드리는 1년이 넘도록 그렇게 기다렸다. 가족은 약속을 하지도 못했고 약속을 지킬 상황도 아니었으니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이다. 부모님을 잃었지만 작가와 동생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 그 재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보드리의 꼬리, 그리고 울음, 기쁨의 포옹, 흥분이 가신 후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눈빛까지.
전쟁의 아픔을 표현하는 수많은 방식이 있겠지만 이 책은 목석처럼 앉아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는 보드리의 모습에 슬픔과 안타까움을 담아 독자들에게 건네준다. 그렇다면 그들의 재회는 희망을 전해준다고 할 수 있겠지.
홀로코스트는 과거의 일이지만 인류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전쟁과 폭력을 이어가고 있다. 홀로코스트가 인류에게 준 경고와 각성이 없지는 않겠으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니 계속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이 죽거나 생이별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동물들의 생명은 고려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보드리의 목을 끌어안고, 뛰놀고, 가족이 함께 저녁을 보내는 그정도의 행복. 이걸 모두가 어렵지 않게 가질 순 없는걸까. 지금도 비탄에 빠진 세계 곳곳에 싸움이 그치고 평화가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