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식빵 그린이네 그림책장
종종 지음 / 그린북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하다는 말. 그 말을 다들 어떻게 느낄까?
나도 제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보았고
평범함에 만족하는 사람도 보았고
평범이란 말을 수치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평범과 비범의 사이에서 사람들은 어느 위치를 잡고 싶어할까?
나로 말하자면.... 능력 면에서 난 탁월한 걸 우러러본다. 새롭게 떠오른 낱말을 활용하자면 '추앙'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한번 가져보고 싶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서.
너무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면서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내가 표현해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한번 느껴보고 싶다. 아름다운 그림을 직접 그려보고 싶고, 너무너무 재밌는 동화를 내 손으로 쓴다면 기분이 째질 것 같다.
공부는 적당히 했지만, 걍 대학 가는 정도 말고 천재적으로 잘해봤다면 어떨까 싶고, 어려운 내용을 척척 소화해 남에게 알려줄 수 있는 머리가 있다면 세상 살기 속 시원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위의 것들에 모두 해당이 안 된다. 그래서 우와 좋겠다~ 우와 부럽다~ 하는 말이 입에 붙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시기나 질투를 할 가까운 대상이 아니어서 경탄에 머무른다는 점? 어쨌든 부러워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러니... 나는 평범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닌거지.

추구하지는 않는데 현실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신승리?ㅎㅎ
아 그건 싫다. 이 책도 꼬아서 본다면 정신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세상 그렇게 보면서 살고 싶진 않다. 건강한 자존감의 확립이라는 좋은 말이 있잖아.^^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식빵이’다.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너무 귀엽고 색깔도 예쁘다.
식빵이는 평범한 존재를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크루아상, 도넛, 크림빵, 케이크 등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식빵이는 비교질의 함정에 빠졌고 자신의 모습을 비관한다.
“저 달콤한 시럽과 과일 좀 봐.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 식빵이가 멋진 샌드위치를 만나서 알게 된 것은.....?
결말은 예측 가능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것.^^ 하지만 그리 식상하진 않았다.

평범함의 미덕. 그걸 우리 사회에서는 “깔아준다.”고 표현을 한다.
“어차피 절반은 깔아주는 거고, 들러리지. 상위 몇 퍼센트만 경쟁하면 돼.”
식빵이 샌드위치의 베이스가 되는 것이 들러리일까?
이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인 평범인들이 ‘깔아주는’ 사람들일까?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이 생각부터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너무나 감각적이고도 직관적이게 평범의 미덕을 잘 표현해냈다.
식빵은 각종 화려한 빵들의 베이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식빵 자체로도 맛있다. 갓 나온 식빵 뜯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아~ 빵을 끊는 것이 다이어트에 직방이라고들 하는데 영 협조가 안되네. 왜 하필 집어든 책이 이거람.ㅎㅎ)

나는 나를 소개할 때 평범이라는 말을 많이 쓰면서 살아왔다.
평범한 아줌마, 평범한 교사....
그나마 정체성이었던 직업까지 몇 년 후에 내려놓게 되면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왜 난 그걸 두려워할까?
평범한 할머니가 되어도 좋은건데.....
이왕이면 맛있고 쫄깃한 식빵이가 될 수 있게 나를 더 돌아보고 정신승리가 아닌 가치관 확립을 해야겠다.

내 얘기만 실컷 했는데, 아이들에게도 읽어주면 좋을 책이다. 우리 세대보다 요즘 애들 자존감에 더 문제가 많어! 그게 뭐 다 어른들이 그렇게 만든 거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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