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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부리 이야기 - 제1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황선애 지음, 간장 그림 / 비룡소 / 2022년 3월
평점 :
소문과 진실에 대한 책으로 일본작가(히야시 기린)의 『그 소문 들었어?』를 해마다 읽어주고 있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판 소문 이야기라고 하면 되겠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책이라 저마다의 느낌이 있으면서 주제는 한곳으로 모인다. 두 책 다 읽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말이 많은 사람한테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 책에 바로 그 말에 착안한 내용이 나온다. 제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오리 부리. 그렇다. 주인공은 바로 말 많은 오리다. 그것도 주로 남 말. 그날도 사냥꾼의 흉을 보고 도망가다 그렇게 되었다. 부리만 따로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이후로 오리 부리는 따로 돌아다닌다. 부리로만 충분했다. 왜냐면 그게 오리의 정체성이었으니까.
악의적인 헛소문의 피해자는 둘이다. 첫 번째는 들쥐. 토끼의 그림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찢었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자기변호의 기회조차 없게 되었다. 비슷한 일을 전에 겪었던 인물도 있다. 바로 호숫가 식당의 ‘앞치마 요리사’ 할머니. 할머니는 젊은 시절 유명한 식당을 운영했고 음식 솜씨도 뛰어났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었던 것이 오히려 탈이 됐다. 몸에 안좋은 가루를 쓴다는 소문이 진실처럼 돌았고 할머니는 속수무책 당하고 눈물만 흘렸던 아픈 기억을 안고 산다.
이 책이 『그 소문 들었어?』와 반대인 점은 해피엔딩이다. 그소문..은 그냥 다 망하고 비극으로 끝나는데 이 책은 바로잡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진실을 밝히는 작지만 중요한 조연이 있다. 바로 무당벌레다. 무당벌레는 토끼 그림 사건의 진실을 봤다. 그리고 바로 오리 부리 속에 갇히게 되었다가 사냥꾼 덕분에 빠져나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다. 들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진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을 때 이 부분에서 멈추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한편, 오리 부리는 풍선을 타고 날아다니다 사냥꾼 덕분에 호수로 떨어지게 된다. 과연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뜨’게 될까? 그건 밝히지 않을래.ㅎㅎ 하여간 오리 부리는 다시 오리랑 합체를 하게 되고, 이제 부리만 따로 돌아다니는 일은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몸통에 붙은 부리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는데, 누군가 무슨 말을 전하면 꼭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 그거 확실한 말이니?”
『그 소문 들었어?』가 비극적 결말로 경종을 울린다면, 이 책은 거기에 웃음과 위로가 조금 추가되는 책이다. 헛소문의 가해자들에게는 부끄러움을, 피해자들에게는 괜찮다는 위로를 준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관심과 배려도 일깨울 수 있는 책이다. 들쥐와 할머니, 두 피해자가 나누는 대화에도 작가의 음성이 들어있다.
“확실하지 않은 말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단다.”
“누구나 살다보면 소문의 바람을 맞을 때가 있단다. 태풍처럼 큰 바람을 맞을 수도 있고, 그저 마음이 살짝 아플 정도의 살랑바람일 수도 있겠지.”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단다. 하지만 이건 꼭 기억해야 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제멋대로 까부는 바람이 문제였다는 걸 말이다.”
인간은 말하는 존재다. 그래서겠지. 말로 인한 기쁨만큼 말로 인한 상처와 분노도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주제의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겠지. 아이들의 말 또한 세심하게 보살피고 가르쳐야 하는 바, 이 책도 교사의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그 소문 들었어?』 옆에다 같이 꽂아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