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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오, 연극! 세트 - 전4권 - 옛이야기 연극 수업 ㅣ 연극이오, 연극!
임정진.송미경 지음 / 올리 / 2022년 7월
평점 :
연극수업에서 첫 난관은 대본작업인데 몇 년 전만해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대본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교과서에 연극 단원이 들어오고, 거기에 맞춰 여러 출판사에서 대본집들을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인 송미경 작가님의 <돌 씹어먹는 아이>가 포함된 문학동네의 [어린이 희곡] 시리즈가 먼저 나왔고, 진형민 작가님 등이 쓰신 [재미있다! 어린이 연극] 시리즈도 창비에서 나왔다. 정말 고맙고 반가운 일이었다.
이번에 올리 출판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는 '옛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아주 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옛이야기 수업사례를 소개하던 자리에서 그런 경험을 말한 적이 있었다. "연극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모둠별 협력 작업을 원활하게 해나가려면 대본작업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게 좋은데, 옛이야기로 선택하면 대략 무난한 정도는 보장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을 갖고 있기에 이번 시리즈에 더 관심이 갔다. 1,2권을 사서 읽어보았는데, 조만간 4권까지 다 갖출 것 같다.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1. 옛이야기 재화와 각색의 콜라보
재화는 임정진 작가님이, 각색은 송미경 작가님이 하셨다. 각 이야기마다 극본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옛이야기가 나온다. 장르가 다른 두 작품은 상호보완되기도 하고 각각 특유의 재미가 있다. 연극까지 가지 않더라도 독서로서의 재미도 충분히 있었다. 임정진 작가님은 ‘전 구비문학회 부회장’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옛이야기 쪽으로 깊은 공부와 경험이 있으신가보다 짐작이 된다. 2권에서 보니 직접 그 나라의 스토리텔러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재화하기도 하셨다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공이 많이 들어간 책임을 알 수 있다.
2. 문화다양성으로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민담 소개
권당 5편의 옛이야기를 재화, 각색했는데 그중 2편은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였다. 1권에서는 인도와 티벳, 2권에서는 필리핀과 태국의 민담이 소개되었다. 문화다양성에 대해 배울 때 옛이야기 쪽의 접근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런 시도도 정말 반가웠다. 특히 옛이야기는 나라간 차이점 속에 공통점이 매우 흥미를 끄는 부분이어서 이런 부분을 교사가 짚어주며 읽으면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1권에서 인도 민담인 ‘악어와 원숭이’ 다음에 우리 옛이야기인 ‘토끼의 간’이 나온다. 악어는 원숭이의 염통을 노렸고 자라는 토끼의 간을 노렸다. 하지만 둘 다 ‘그것을 육지에 두고왔다고 상대방을 속여서 위기를 벗어남’ 이라는 공통된 화소를 갖고 있다. 나는 이런 점을 발견할 때 신기하고 재밌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3. 적당한 길이와 난이도의 극본
송미경 작가님의 센스는 극본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극본의 대사들이 찰지고, 지문도 매우 효과적이다. 전체 길이가 그리 길지 않고 각 대사도 길지 않게 배치하여 부담을 줄였다. 등장인물은 4인 정도로 적은 경우부터 10인 이상으로 많은 경우까지 나오는데, 많은 경우에는 ‘〇〇〇와 겸할 수 있다’ 라고 1인 2역의 가능성까지 친절하게 적어놓으셔서 감탄했다. ‘목소리로 대체할 수 있다’ 라고 안내된 역할도 있어서 인원의 융통성이 있다.
4. 공짜로 받기 미안한 수업 가이드 제공
책 말미에 ‘충북교사극단 딴짓’에서 제공하는 교육연극 수업 가이드가 들어있다. 2장밖에 되지 않고 마지막쪽에 QR코드가 있는데, 무심코 하나를 열어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자료를 공짜로! 이 자료만 모아 가이드북으로 한 권을 만들어서 총 5권으로 시리즈를 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하여간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수고는 어디선가 꼭 빛을 발한다. 그저 감사할 뿐.
이와 같이 여러 분들의 수고와 긴 과정으로 이 책이 나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만큼 쓰임새가 많은 책이다. 초등 도서관에는 필히 한 질씩 구입하시길 추천한다. 연극수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선생님이라면 학급문고나 개인소장도 좋을 것 같다.
(나의 활용 계획을 덧붙인다면, 학년말에 꼭 하는 모둠별 연극 발표에서 대본을 예년처럼 학생들이 쓰게 할까 이 대본집에서 고르게 할까 생각중이다. 우리반에서 하는 연극이 그림자연극이라 지문을 그대로 표현하기 어렵고, 해설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그대로 사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대본을 쓰되, 이 책을 참고해서 살릴 것은 살리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딴짓 선생님들의 조언 중 "대본이 있지만 없습니다" 라는 말씀의 의미에 공감한다. 결국 없을지라도 일단은 있는 게 좋다. 어쨌거나 이 책은 활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