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 - 서해 바닷물을 다 마시고도 짜다고 안 한 아이 우주나무 이야기숲 1
전자윤 지음, 김기린 그림 / 우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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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옛이야기 중에 이렇게 길고 짱짱한 서사가 있었던가? 놀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개똥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한 것도 그렇다. 그는 여성이며 주체적으로 역경을 헤쳐간다. 시대적으로도 적절한 인물상이다. (물론 진짜 옛이야기 중에도 이런 여성 서사는 많다. 이야기는 인간의 무의식 속 소망을 반영하는 것이니.)

이야기 전반부에는 윤관이라는 장군과 잉어의 인연이 나온다. 서로 돕고 은혜를 갚는 잉어와의 인연은 아들인 윤선비에게까지 이어졌다. 윤선비는 과거에 붙었지만 벼슬을 물리고 남서쪽 끝자락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거기엔 고약한 심술을 부리는 요망산 도깨비와 착한 마음으로 보살펴주는 삼신할머니가 있다. 심술궂은 도깨비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삼신할머니가 애써준 덕에 윤선비 부부는 딸을 낳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개똥이다.

개똥이를 낳은 후 젊은시절 윤선비가 구해줬던 잉어와의 인연이 또 이어진다. 잉어는 그동안 동해 용왕이 되어있었고 축하선물로 이것저것을 보냈다. 그중에는 함부로 열어봐선 안되는 구슬도 있었다. (바로 여의주)

개똥이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근디요. 어무니, 웬만한 어른보다 제가 더 힘이 센디요. 아니 제가 우리 마을에서 제일 힘이 세당께요."
이렇게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개똥이 캐릭터는 참 친근하고 귀엽다. 그러나 무릇 익숙한 곳에 안주해서는 이야기가 안 되는 법, 개똥이는 부모님이 숨겨놓은 그 여의주를 삼켰고 운명의 회오리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여의주의 힘을 감당할 존재가 되기 위해 받은 긴 수련의 세월, 마침내 돌아온 개똥이는 그 힘과 지혜와 마음으로 마을을, 나라를, 그리고 배우자를 구한다. 그리고 마지막 그가 향한 곳은....

가장 천한 이름 '개똥이'가 도깨비도 두려워하는 윤씨부인으로, 그리고 마침내 세계를 구하고 지키는 존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새롭고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선함과 용기, 인내와 사랑, 그리고 인연까지 품은 서사가 아주 탄탄하다. 창작 옛이야기의 영역이 더 넓어지고 풍성해지겠다는 기대가 된다. 이야기의 샘은 마르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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