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언덕 1 - 야리와 누리가 만났을 때 동화의 맛 5
이도일 지음, 강나래 그림 / 우주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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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귀엽고 따뜻한 표지그림에 끌려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누리'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엥? 이 누렁개 이름이 누리구나. 우리집이랑 똑같네. 우리집 누리는 못말리는 천방지축 녀석인데 이 누리는 어떤 녀석이려나? 이런 마음에서 읽기 시작했다.

야리가 먼저 나온다. 야리는 바람언덕에 사는 고양이다. 너굴이가 이사 가고 겨우내 혼자 지냈던 야리는 그 집에 새 친구가 이사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어떤 친구일까?" 기대하며. 아니 그런데, "개만 아니면 괜찮아." 라고? 이런!!ㅎㅎ

드디어 새 친구가 수레를 끌며 언덕을 올라온다! 이럴수가! 개잖아! 절대 아니길 바랐던 일이 눈앞에... 야리는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고쳐먹고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그때부터다. 둘이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를 알게되는 시간. 둘은 너무나 달랐다. 성격도 취향도 생각도.

보통 이런 경우에 나는 "모두와 잘 지낼 순 없으니 적당히 멀리 해." 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해보는 데까지는 해보는게 맞지 않을까?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손절'을 한다. 나도 겉으로 드러나게는 아니지만 마음으로는 매우 많은 벽을 친다. 바로바로 아주 쉽게.

예의를 잘 따지고 까칠한 야리에 비해서 누리는 가리는 게 없고 털털하다. 경계가 확실한 야리에 비해 누리는 그런 의식이 거의 없다. 첫 대면에서 누리는 야리한테 "어이, 야옹아!" 라고 불렀고, 기분 상한 야리는 외면했다. 하지만 둘의 장점이 있으니, 누리는 웬만해선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야리는 언제든 상대방이 손내밀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까는 네 이름을 몰랐잖아.
야리야, 수레 좀 밀어주지 않겠니?"
바로 수정한 누리의 말투에 야리도 "좋아. 기꺼이!"로 답했다. 손절이 빠른 이들이라면
"말 뽄새 좀 보소. 손절."
"까칠하기는. 손절."
이렇게 될텐데 말이다.

이사 온 후에도 그들은 서로 다른 존재임을 사사건건 느끼게 된다. 누리가 너무 맛있다며 잔뜩 가져온 막대과자는 야리에겐 딱딱하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누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는데 야리는 느긋하게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해 짜증을 낸다. 야리는 격식에 맞는 걸 좋아하고 누리는 그런걸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일들을 함께 겪으며 드러난 것은 둘의 이런 차이만이 아니라고 난 느꼈다. 둘이는 비슷한 점도 있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에게 선의를 베풀었다. 그리고 그 선의를 기쁘고 행복하게 받았다.

저녁놀을 함께 보다 쿨쿨 잠들어버린 누리를 놔두고 집에 온 야리는 도저히 맘이 편치 않아 담요를 가져나가 덮어주고 돌아온다. 이른 아침 땅땅거리며 누리가 만든 것은 야리를 위한 흔들의자였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고맙게 받았고, 흔들의자에 함께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친구가 되었다.

까칠하지만 은근히 마음이 약하고 상대방을 위할 줄 아는 야리, 세심하진 못하지만 쉽게 노여워하지 않고 고집부리지 않는 누리, 둘 다 예쁘다. 얘네들이 멈춘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가면 싸우고 미워하고 친구를 잃고 외로워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주변에 아주 널렸다.

관계에 인내심을 발휘할 줄 모르는, 아예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아이들이 나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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