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카운트다운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어윤정 지음, 이갑규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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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내용은 과학적인 부분보다는 생활과 심리적인 부분의 비중이 크다. 우주를 꿈꾸는 거지 아직 우주에 나간 건 아니니까!^^ 각각의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뜻을 모으기까지 다가서고, 도전하고, 오해하고, 화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따뜻하게 펼쳐진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아이는 태오. '갤럭시 어드벤처' 라는 우주과학영화를 보고는 주인공에게 푹 빠졌다. 그리고 화성 탐사 대원이 되겠다고 선포한다. 가족들은 태오를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로 여기는지라 웃으면서 응원하는 시늉만 한다.

태오는 학교에서도 자신의 포부를 펼치지만 비웃음만 돌아오는데, 유일하게 안새롬이 함께 하겠다고 나선다. 아기 때 우유 광고 모델로 떴던 새롬이는 지금은 과거의 명예가 무색하게 평범하다. 덩치큰 왈가닥 소녀일 뿐.

팀의 세번째 지원자는 피시방에서 만난 양수호다. 마스크를 쓰고 긴 외투에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다니는 양수호는 뭔가 비밀이 가득한데 우주에 관한 지식만큼은 태오를 훨씬 능가한다.

마지막 멤버는 태오의 절친인 도준수. 절친이라고 하기엔 요즘 어색하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심리적 위기를 맞은 준수는 태오를 피한다. 태오는 그 사실을 알게 됐지만 아는 척할수도 위로할수도 없어 안타까워만 하다가, 세명이 함께 갔던 분식집에서 준수를 만나 우기다시피 하여 팀에 끼워넣는다. 이렇게 하여 태오의 화성탐사 팀은 4명으로 완성되었다. 함께 '불도저 프로젝트'라는 팀명도 짓고 훈련도 한다.

근데 전문적 지도자가 없는 그들의 훈련이란 이런 것들이다. 무중력 적응 훈련이라며 물구나무를 서고, 우주 멀미 적응 훈련이라며 뺑뺑이를 타고, 우주 식량에 적응한다며 맛없는 걸 먹고...^^;;; 아 그리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농사도 짓는다.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며 갈등이 깊어지기도 표출되기도 하던 중, 양수호가 쓰러진다. 수호가 가진 문제는 나머지 셋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었다. 바퀴달린 장바구니에 든 것은 산소통이었던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그런 병을 앓는 사람을 봤다. 성인이었는데도 너무 안쓰럽던데 어린 아이가...ㅠ 하지만 깨어난 양수호는 친구들 앞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준다. 수호가 화성을 꿈꾸는 이유도 현실성은 희박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적지 않은 나이의 내 삶의 짐을 다 합한 것보다도 큰 짐을 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되면 할말이 없어진다. 어딘가 길이 있기를 바라고 응원할 뿐.

훈련 중 만난 유튜버의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불도저 프로젝트는 유명해진다. 그리고 드디어 우주 체험관의 전망대에 가서 화성을 관측하던 날, 나사(NASA)에서 온 연락을 받는다. 아이들의 미래는 미정이지만, 이렇게 꿈이 한발 다가오는 것을 보여주며 이 책은 끝이 난다.

에필로그에서 그동안 가끔씩 결정적인 장면에서 등장했던 떠돌이 개 별똥이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단선적이지 않고 이야기의 볼륨을 풍성하게 한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왠지 주 스토리와 결이 안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 느낌. 다른 사람들은 좋게 느낄 수도)

한 발 앞만 보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라 우주니 꿈이니 이런거랑 나는 거리가 멀다.ㅎㅎ 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두 발, 세 발 아니 열 발 앞이어도 좋겠다. 그 간격을 좁히는 길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고, 도전이 있고, 역할이 있고, 책임감이 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 건강한 자존감이 세워질 것이다. '불도저 프로젝트'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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