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공장 그림책이 참 좋아 90
유지우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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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대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데이비드 위즈너의 <구름 공항>이 떠오른다. 그 안의 인물들이 구름의 모양을 만들어 내보낸다는 설정 면에서 가장 그렇고,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러한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독자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소재와 주제 때문이다. 아, 그림체와 색감도... 구름 공항도 물론 멋지지만 이 책은 눈물샘까지 건드린다. 관련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영락없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 길만 다녀봐도 느껴진다. 그에 따라서 어린이책의 소재로도 무척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얼마 전 김리리 작가님의 떡집 시리즈 최근판을 읽어봤더니 최근 2권이 모두 반려동물 이야기였다. 이 책의 작가님도 반려견 ‘땅콩이’를 키우고 계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담은 웹툰도 연재하고 계신다니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

‘구름 공장’ 이라는 발상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게 되나보다.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 때, 차 타고 지나가는 곳에 늘 연기가 무럭무럭 나오는 굴뚝이 보였는데 애들 아빠가 아이들한테 “저기가 구름 공장이야.” 라고 거짓말을 했었다. 딸은 믿는지 안 믿는지 미소만 짓고 있었고, 아들은 “우~와~~” 하면서 감탄하곤 했다. 되돌아오는 길엔 “아빠! 구름공장이야! 아직도 구름이 나오고 있어!”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면 그때를 기억할까 모르겠다.ㅎㅎ

구름공장 안에선 구름들이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만들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당황한다. 구름이 나오는 기계가 말썽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선을 누가 씹어놓았네? 문을 열어보니 거기엔 크림색의 복실거리는 개 한 마리가 앉아있다. 안으로 들어온 개는 공장 안을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나풀거리는 귀가 우리집 개랑 너무 닮았다. 천지분간 못하는 것도 똑같고, 우리 개도 어릴 때 토스트기 전선을 씹어놓아서 엄청 혼난 적이 있는데.^^

대장인 듯한 먹구름이 말썽을 멈추고 녀석을 붙들었다. 녀석의 목에는 ‘구름이’라는 목걸이가 달려있다. 그걸 열어본 먹구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주인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구름이의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먹구름은 모종의 지시를 내리고, 직원들은 힘을 모아 작업을 수행한다. 드디어 결과물이....

장면이 바뀌어, 작은 마을의 한 아이가 등장한다. 집에 들어서는 아이의 모습이 쓸쓸하다. 거실 한쪽, 아이의 슬픈 눈길이 머무르는 곳에 개 방석과 장난감이 있다. 얘야, 왜 치우지 못했니.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려고....ㅠㅠ

그러다 아이의 눈이 화들짝 커진다. 창문을 힘껏 연다. 거기에는 구름이.... 구름이의 구름이... 그제서야 아이가 웃는다. 집 밖으로 뛰어나간다. 하늘을 보고 아이는 손을 흔든다. 구름이는 공장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이제 구름이는 구름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리를 건너간다. 그것이 ‘무지개 다리’인가.....

살아생전 부족함 없는 사랑을 나누었을 아이와 개의 모습도 예쁘고, 그들의 이별을 위해 좋은 선물을 준비해주는 구름공장의 직원들도 감동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림책, 아니 슬픔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보다도 그림 읽기에 약점이 있어서 글 없는 그림책 중 어떤 것은 이해를 못하겠던데, 이 책은 바로 이해가 가서 참 고마웠다. 아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뭐지? 뭐 괜찮아. 이야기는 이해했으니까. 다시 보면 생각이 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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