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만난 어린이 세계 - 아홉 살 방구석 그림책 수다에 낀 엄마 성장기
강영아 지음 / 푸른칠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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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을 그려낸 책. 내가 쓸 수 없는 부러운 책이다. 필력이 없다거나 내용이 부족하다거나 등을 다 떠나서, 내 아이들이 이미 다 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시간들여 읽지 않는다. 육아책을 안읽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하지만 예쁘게 나온 책의 만듦새를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다. 저자가 휴직교사라고 하는데, 학교가 아닌 집과 마을에서의 실천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국어 전공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문장도 감각적이고 그림책과 동화책에 대한 안목도 훌륭하고 의미있게 이끌어가는 능력도 좋으신 것 같다. 그렇다고 학교수업처럼 계획과 의도에 따라 목표점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은 아니고 그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처음에는 저자도 아차 싶은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던 것 같지만 (선생들의 어쩔 수 없는 직업병) 점차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분리된 과정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어갔다.

이끔이는 휴직교사인 저자였고, 참여 멤버는 저자의 쌍둥이 자녀와 조카, 그리고 동네친구들이었다. 책과 간식, 그리고 이야기와 가끔의 활동이 있는 독서모임. 이게 말처럼 쉽진 않을거다. 특히 자기 자녀들이 멤버인 경우에. 해보진 않았지만 단기간이면 몰라도 긴시간 유지는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첫 모임 후 사계절이 지나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기가 담겼다. 점점 깊어지고 무르익는 과정이 저자의 사색적인 문장과 현장 그대로의 묘사에 잘 나타나 있다.

몇몇 군데에서는 읽은 책의 제목을 검색해 책의 내용을 확인해보기도 하고, 읽어볼 책 후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정보를 얻기 위해 읽어도 유용하지만 그보다는 그 모임이 의미를 갖게되는 과정에 그 귀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공감하며 엄마 세계에서 건강한 존재로 거듭났다. 언니, 동생들의 삶을 엿보며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사는 사람의 삶은 어쩔 수 없이 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운이 좋았던 건지,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이기 마련인 건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저자와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관계를 얻게 됐다. 그 관계 안에서 나눈 이야기와 그로 쌓은 생각이 아이들의 삶의 바탕을 단단히 다져주었다. 그 경험은 꽤 오래도록 아이들의 삶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저자도, 교직사회에서만 있었다면 몰랐을 세상을 많이 접하게 된 것 같다.

어디에나 귀한 사람들이 있다. 저렇게 이기적일까 싶은 학부모도 보았지만 지난 학교에서 만났던 '책읽어주는 어머니'들의 자발적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마을 안에 스며들어 맺은 저자의 관계와 만남은 아이들과 저자, 그리고 모든 가족에게 귀한 시간들이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이미 지나갔거나 성격상 불가능한 일들이라 이 책 소감의 대부분은 '부러움'이다.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기회가 있으려나?ㅎㅎ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독서모임을 꿈꾸는 교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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