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진짜 보물이 있다면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수산나 이세른 지음, 로시오 보니야 그림, 김정하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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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그림책이었다. 그림체도 색감도 수수하고 내용도 특별할 건 없겠네 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와 그런데 이 책, 소중하게 소장할 것 같다. 그리고 다음주에 바로,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줄 거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거다. “너희들의 보물은 뭐니?” 이 책의 최고 장점은 이거다. 내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는 거. 나한테도 그랬다. ‘음... 나의 보물은....?’ 이런 생각이 미소지으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양쪽으로 펼친 화면 두 쪽당 한 어린이의 보물을 소개해준다. 그림책 치고는 많은 편인 글밥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보물은 ~~이다’ 라는 소재 자체는 흔한 것이다. 가치는 디테일에서 판가름이 난다. 이 작가는 그런 면에서 역량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각 주인공들의 상황이나 성향, 가치관까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내용들. 그래서 각 장의 마지막 문장 “♡♡♡의 보물은 ○○○이야.”를 읽을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리한 내용 없이 모두 자연스럽다. 열 여덟 명의 열 여덟가지 보물. 독자 아이들은 “아, 내 보물도 저건데!” 할 수도 있고 또 새로운 자신만의 보물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세상에 소중한 것은 많고 각자에게 다 다르니까 말이다.

주 2회 주제글쓰기를 하니까 그중에 ‘나의 보물 1호’ 라는 주제는 해마다 있었다. 가족을 언급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고 그 외에는 뭔가 본인의 소장품을 소개한다. 휴대폰이라든지 애착인형이라든지 선물받은 물건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을 읽어주면 훨씬 다양하게 나오겠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라던 어린왕자 여우의 말처럼, 가시적이지 않은 것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첫 주인공 사라의 보물은 ‘친구들’이다. 세 번째 주인공 알바로의 보물은 ‘사랑’이고 여섯 번째 마누엘의 보물은 ‘가족’이다. 이 정도는 반 아이들에게서도 흔히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추억’이라든지 ‘여유로운 시간’이나 ‘모험’ 같은 것은 신선하다. 아이들의 발상을 건드리고 깨울 수 있을 것 같은 내용들이다. ‘책’도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나는 공감한다마는....ㅎㅎ

‘담임 선생님’을 보물로 뽑은 에르네스토의 이야기를 읽어줄 때는 본능적으로 좀 위축될 거 같은....^^;;; 인자함과 유머, 격려의 힘과 인내심을 모두 갖고 계신 선생님. “선생님은 에르네스토와 친구들이 별처럼 반짝일 수 있게 해주셔.” 난 몇 년 안 남았지만 이 문장을 나침반으로 삼아야겠다.

끝까지 읽어보니 역시 더 특별히 마음이 가는 페이지가 있다. 나의 경우엔 책, 여유로운 시간, 자신만의 공간, 아름답고 편안한 순간이다. 아이고 딱 성향이 나오네.^^;;; 모험, 추억, 특별한 물건들, 꿈 이런 것들은 귀한 줄은 알겠지만 내 마음이 딱 가지는 않는다. 나의 상태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매년 하는 주제 글쓰기지만 올해는 그림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 책 이전에 『천 명의 대니』로도 좋은 글을 썼는데 이 책을 읽으며 책 자체도 좋았지만 다른 꿍꿍이(?)로 더 즐거웠다. 현장에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이런 꿍꿍이를 멈추지 않겠다. 좋은 책을 읽고 활용하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작가, 출판사 등등)께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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