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혼자서 생각하는 분홍고래 21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지음, 외위빈 토르세테르 그림,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르웨이의 작가라고 하는데 이름을 처음 보는 것 같아서 검색해 보았더니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9년 전에 <나는 누구예요?>를 읽고 쓴 리뷰가 남아있었다. 분홍고래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책을 꾸준히 출간해주신 것 같다. 외국의 좋은 책을 찾아내고 번역하고 국내에 소개하는 출판사의 역할에 대해 그동안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아주 크게 느껴진다. 이런 과정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다면 아주 흥미롭게 볼 것 같다. 거기엔 나같이 감사하고 기대하는 평범한 독자도 등장하고.^^

채도가 낮은 바탕색의 표지에는 아이 한 명이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다. 펜으로 단순하게 그렸지만 표정과 자세에서 겁먹고 긴장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뒷표지에는 깜깜하고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의 내부가 보인다. 그 위로 그려진 얇은 한 줄이 위태로움을 부각시킨다. 아이는 지금, 갇혀 있는 것이다. 혼자서.

아이는 밖에서 놀다가 문득 날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가 기다리실 것이다. 아이는 집으로 달렸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원래 혼자는 타지 않는데, 10층까지 걸어 올라가기엔 마음이 급해서. 그런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엘리베이터는 중간에서 멈춰버렸다. 

아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웅크리고 앉아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되자 소리를 질렀고, 모든 층수의 버튼을 눌렀다. 한 버튼만 빼고. 그게 바로 비상버튼이었는데.
“맨 아래 있는 단추는 누르면 안 돼요.
엄마만 그 단추를 누를 수 있어요.
아이들은 누르면 안 된댔어요.”
어른들이 항상 아이 옆에 있어줄 수는 없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교육은 그걸 잊은 듯할 때가 있다. 진짜로 혼자 해야 할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로 만든다.

다행스럽게도 극한의 순간에 아이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있었다. 크고 단단한 아빠의 손. 아빠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돌아가신 아빠 같은데.... 아빠와의 든든한 추억이 아이를 지탱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아이에게 힘이 차올랐다.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이는 손을 들어 마지막 단추를 찾아 꾹 눌렀다. 열린 문으로 환한 빛이 들어오고....

엘리베이터라는 좁고 차단된, 위에 달린 얇은 줄로 표현된 위험한 공간이 우리 아이들이 처한 심리적 위기와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유아 사망률이 높던 옛날에 비하면 안전한 사회가 아닌가 싶지만, 새로운 종류의 위기와 어려움은 늘 생겨난다. 그걸 극복해야 하는 아이들의 운명이 마치 얇은 줄에 매달린 엘리베이터 같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잡아주던 그 손,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지게 하던 그 동행, 그것이 있다면 그 안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번도 눌러보지 못한 그 단추를 찾아 누를 수 있다.

그 존재는 누구에게나 다르겠지. 아빠로 대표되었지만 다른 누구일 수도 있지. 부디 아이들이 그 존재를 가질 수 있길. 그 존재가 하나라도 다행이지만 좀 더 많은 존재들이 서로에게 손잡아줄 수 있길. 새로운 희망보다 새로운 절망이 많이 보이는 이 시대에도 우리는 손잡고 희망을 기다릴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