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베공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필립 귄 지음, 그레고리 로저스 그림, 한성희 옮김 / 책속물고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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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낌으론 어른 정서인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림체도 그렇게 느껴진다. 마지막 결말도 그랬다. 난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읽었기 때문에 결말에서 좀 당황했다. 하지만 어른용이라면 충분한 수위다. 오히려 속이 시원할 수도.

입좀 다물고 살자. 무슨 말이 그렇게 많니. 니가 본 거 아니면 떠벌이지 말어. 아니 니가 본거라도 굳이 떠들 필요가 뭐가 있어. 그걸 떠드는 니 심리는 뭐라고 생각해?

아니, 어른 정서란 말 취소할래. 위의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던 적이 있었다. 바로 아이들한테.ㅎㅎ 물론 어른이었던 적이 더 많지만 유난히 그런 아이들도 가끔 만나게 된다. 너무 일찍 어른을 닮은 아이들인 걸까? 아니면 그런 어른들이 아직도 아이의 단계에 머무른 걸까? 어느쪽이든 그들의 특징은 눈이 어둡고 시야가 좁다는 것이다. 남의 사정, 형편, 마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남의 사정이야 그저 흥미로운 한때의 소비거리일 뿐이다. 수다로 날려버릴 수 있는....

심각한 것은 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대중의 심리다. '그 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점잖고 사려깊게 그를 부끄럽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귀가 얇고, 휩쓸린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모두 '그 한 사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평화로운 바닷가에 상어 워베공이 나타났다. 자리를 깔고 음악을 들으며 누워있다. 그걸 보고 말많은 게가 먼저 입방아를 시작했다.
"세상에, 워베공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먹는 걸 무지 좋아하는 워베공이 아무것도 먹지 않아."
언뜻 보면 관심과 염려 같기도 하다. 그건 이세상에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배려가 빠진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종이 한장의 차이지만 이건 배려가 아니었다. 그 차이를 상대방은 느낄 수가 있다. 본인들만 못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엔 관심을 가장한 쓰레기 말들이 넘쳐 돌아다닌다. 그 중에 내 말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아마도 모두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게가 시작한 저 말은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점점 더 살이 붙는다. 듣다못한 워베공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힘차게 헤엄을 친다. 그때, "아 아무일도 없구나. 워베공은 아픈게 아니었어. 다행이야." 하고 끝난다면 괜찮은 거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들의 반응을 볼까?
"뭐야, 워베공에게 아무 일도 없잖아!
문어가 바닷새에게 따졌어요."
이런식으로 동물들은 말을 전한 상대에게 화내고 따진다. 마지막으로 게에게 화살이 돌아왔을 때, 게는 수긍하고 그쳤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워베공은~~" 또 시작이다. 그의 최후는 어떠했을까?

계속 쓸수록 어른정서라는 말을 취소하고 싶어지는데?^^ "꿀꺽 삼켜 버렸어요."야말로 옛이야기의 어법 아닌가? 워베공은 자리를 뜨고, "바닷가는 다시 평화로워졌어요." 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그 평화는 영원할까? 내가 보기엔 남은 이들 중에 다른 '게'가 또 나올 것 같다. 세상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우리에게 있는 떠벌이기, 입방아 찧기, 말 옮기기의 심리만 알아채고 관리해도 세상은 훨씬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경고를 명심하라고 수많은 인간들에게 들이대고 싶지만 일단 나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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