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달려라, 허벅지 단비어린이 문학
우성희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맛을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할까. 깨소금 사이다맛이라고 할까.ㅎㅎㅎ 깨알재미가 있으면서 뭔가 속도 시원하다. 아이들도 한달음에 읽어낼 듯하다.

덩치있고 잘 먹는 집 딸 시아가 빛나라는 여우 캐릭터 친구를 따라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했는데 좌절감만 맛본다. 일단 체형부터가 맞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세상이 완전 불공평한 건 아니다. 어떤 점이 한쪽에선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다른 쪽에선 장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자괴감과 열등감만 곱씹으며 머물러있기보단 장점을 극대화할수 있는 쪽으로 새로운 길을 찾는게 낫다. 이건 일차적으로 본인이 할 일이지만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는 교사라 할 수 있겠지. 시아에게는 이모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잘먹고 잘싸면 된다며 시아 먹이는 일에 큰 기쁨을 찾으시는 외할머니의 절대적인 사랑도 큰 힘이 됐다. 한 아이 주변에 여러 어른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여럿이 똑같은 것보다는 이렇게 다른 것이 낫다. 어른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와 비교해서 빛나를 볼 때는 좀 안쓰럽다.
"발표회 때 올거야? 아, 씨! 맨날 못 온대. 엄마 아빤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하면서. 그러려면 왜 낳았어? 돈만 주면 다야? 아, 몰라. 끊어."
엄마, 아빠가 바쁜건 시아네도 비슷한데, 넉넉한 애정을 가진 어른 조력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갈수록 사회는 빛나네 같은 가정을 양산하는데,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자랄 수가 있는걸까. 그런 걱정이 든다. 빛나의 여우짓 또한 애정결핍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빛나는 탁월한 외모와 피겨라는 희소성있는 능력으로 남자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좋은 관계로 이어가는 데는 계속 실패한다. 시아의 오랜 남사친인 영찬이도 빛나한테 홀려서 시아에게 상처를 주었다가 겨우 되돌아왔다. 따져보면 빛나가 안됐는데, 하는 짓은 너무 얄밉고 어이없는 행태를 반복하니 상종하기가 싫다. 이게 동화 속에만 있는 전형적 캐릭터가 아니고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많은 아이들이 보이고 있는 문제점이다. 빛나를 구제해야 할 필요가 현실에서 아주 크게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시아에게서는 통쾌함을, 빛나에게서는 결핍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얄미움도 함께ㅠ)

이 책을 읽던 중 데자뷰를 계속 느끼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속이 간질간질하다가 아! 하고 찾아본 책이 있었다. 푸른문학상 수상집 중 한권이었는데 거기서 내가 제일 맛깔나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마침 '허벅지'를 내가 기억하고 있었다. 아, 이분이 우성희 작가님이었구나!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 이름과 일부 세부적 내용이 약간 바뀐 것 같다. 분량에 큰 차이는 없다. 작품집으로 실리기엔 원래 좀 긴 분량이었다. 삽화없이 실렸어도 재미있긴 했지만 살짝 묻혀버린 작품을 이렇게 새옷을 입혀 내주시니 참 감사한 일이다. 한권의 책으로 새로 나오니 훨씬 더 느낌이 산다. 안 나왔으면 정말 아까울 뻔했다.

이 책은 그냥 깨소금 사이다맛으로 재밌게 읽기만 해도 충분하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많은 시아들에게도, 빛나들에게도 약이 되는 책이면 좋겠다. 자신의 조건에 가로막힌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용기를, 관계맺기에 실패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준다면. 동시에 따뜻한 위로도 함께 준다면 좋겠다. 시아야, 빛나야. 너희들 모두 귀한 아이들이야. 힘내라! 아참, 영찬이 너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