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지식그림책

산으로 올라간 백만 개의 굴 - 지구의 시간을 품은 지층과 화석 이야기 ㅣ 신나는 새싹 164
알렉스 노게스 지음, 마이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1년 8월

지식그림책이 이리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책으로 지식을 접한다면 배움이 지겨운 게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

올해 맡은 4학년 과학에 [2.지층과 화석] 단원이 있어 도서관 간 김에 관련 책들을 골라 보다가 월척을 발견했다. 지층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은 내가 찾아본 바로는 많지는 않은데, 그중에서도 지층만을 다루는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라니. 작년(2021)에 나온 책이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식이 잘 구조화되어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도 좋지만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이런 책도 참 좋다. 지식과 예술적 감성이 함께 가는 느낌이라서 더 좋다.

어른들은 제목을 보면 내용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백만 개의 굴이 산으로 올라갔다고? 아, 옛날에 바다였던 지층을 말하는 거구나. 하지만 내용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제목부터가 동기유발이 되겠다. 제목의 굴은 뭘 말하는 걸까요? 우리가 먹는 굴을 말해요. 굴은 어디에서 나는지 알고 있죠? 맞아요. 바다에서 나죠. 아 그런데 굴이 산으로 올라갔다니, 어떤 일일까요? 하면서 책을 펼치면 되겠다.

책은 독자들을 산꼭대기의 커다란 바위로 안내한다. 흙으로 덮이지 않고 드러난 바위를 ‘노두’라고 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런데 여기에 굴 껍데기가 가득하다! 이것은 화석이라는 점을 먼저 알려주고 화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다음은 지층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설명조차도 예술적이다.
“바위가 악보라면 지층은 음표나 오선, 쉼표라고 할 수 있지요.
노래는 맨 밑에서 시작해 맨 위에서 끝나요.
이 악보를 연주할 때 문제는 지층의 두께에 따라
음이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음의 길이도 다르고요.
중간에 쉬는 박자도 달라요.
하지만 지층은 악보처럼 읽을 수 있어요.
특정한 순서로 읽으면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지요.”

이어서 지층마다 특정 시대에만 발견되는 화석들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글과 그림으로 직관적으로 잘 이해되게 보여준다. 별도의 정보 페이지에서는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 쥐라기, 백악기 등의 지질 시대 이름까지 알려주는데, 이건 나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것이다.ㅎㅎ 그러니 그림책이라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굴이 있는 주변의 암석 덩어리를 돋보기로 관찰해보면 화석이 된 온갖 작은 바다 동물들이 보인다! 불가사리, 성게, 따개비, 산호 등.... 여기가 옛날엔 바다였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어서 판 구조론을 설명한다. 이제 바다였던 곳이 오랜 세월에 걸쳐 솟아올라 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책들을 만나면 교과서를 치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하지만 완전히 그러기는 어려우니 참아야 하느니라.... 적절히 재구성하고 이런 자료들을 투입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나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PPT로 만들어두었다가 비상시에 줌 수업을 하게 되면 화면 가득 보여주어도 좋겠다.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은 교실 TV보다도 줌이 더 효과적이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보니까. 뭐든 좋은 점이 한가지는 있어야지.) 하지만 그 외에도 학급문고로 소장각. 도서관책은 반납해야 하니 주문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