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 햇살그림책 (봄볕) 49
곽민수 지음, 조미자 그림 / 봄볕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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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는 참 좋은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갸우뚱하기도 한다. 오리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미운 오리 새끼(실은 백조)를 놀리고 구박한 건 잘못했지만, 그래도 백조를 오리보다 월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걸 당연시하는 게 기분 나빴다. 그래서 패러디 작품이 당연히 나올 것 같았는데..... 나왔나? 잘 모르겠고, 어쨌든 내가 본 것으로는 이 책이 처음이다. 오 나올 게 나왔구나! 반가웠다.

 

천둥 치던 밤에 아기 오리 삼남매는 <미운 오리 새끼> 책을 읽고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이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닐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날이 활짝 개어 그들은 신나게 물가로 나갔다. 거기엔 바로 그 백조들이 있었다. 그중에 새끼 백조 한 마리가 다가와 아는 척했다. “? 새끼오리들이 큰 물가까지 나왔네.”

 

그러자 새끼 오리가 말했다. “아니야, 우린 미운 오리 새끼야.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새끼 백조라고.”

그 말에 너희들은 딱 봐도 그냥 오리인걸?” 새끼 백조가 크게 웃으며 사라졌다. 오리 삼남매는 너무 실망해서 풀이 죽었다.

 

그때 고양이가 다가왔고......

모든 일이 지난 후 오리 삼남매는 백조들에게 대단하다고 박수갈채를 받는다.

우리더러 대단하대! 꽥꽥!”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데도! 꽉꽉!”

오리들은 기분이 좋아졌다.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이렇게 남의 인정과 갈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면 좀 불안하다. 자신이 가치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인정과 갈채에 집중하면 상당히 왜곡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책이 이렇게 끝난다면 나는 조금 아쉬웠을 것이다. 다행히 끝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오늘처럼 대단하다는 말을 듣겠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모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기 오리들이니까요.

 

오리가 백조보다 대단한 일을 해야만 존재를 인정받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건 원래 오리가 백조보다 못한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오리는 오리 그대로 백조보다 못하지 않은 존재다. 그 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이 마지막이 다행스러웠고 매우 동의한다.^^

 

솔직히, ‘백조에 대한 동경은 나도 갖고 있었고 거의다 버리긴 했지만 다 버렸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당연히 미운 오리 새끼의 꿈도 꾼 적이 있었겠지. 그런 내가 오리로서 만족하려면 아마도 여러 단계를 지나야 할 것이다.

에휴, 내 주제를 파악하자. 나는 저이들이랑 클래스가 달라.”

저이들의 삶이 좋아 보이지만 뭐 좋기만 하겠어? 겉으로만 저렇지 속으론 엉망인 게 있을 거라구.”

요 단계라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조미자 님이 그리신 신나고 만족스럽고, 어벙하면서도 눈을 빛내고, 함께 어딘가를 바라보며 즐겁게 가고 있는 그림. 그 그림 속에 마지막 단계가 있을지도.

 

<미운 오리 새끼>는 새로운 버전의 패러디가 좀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중 이 책이 고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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