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대단한 지리
팀 마샬 지음, 그레이스 이스턴 외 그림, 서남희 옮김 / 비룡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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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세계문화 관련 신간들을 살펴보다 이 책을 발견하고 오~! 했다. <지리의 힘>의 어린이판이라니? 이런 책도 나왔었구나. 내가 찾던 내용의 책이 아닌데, 다른 책들을 다 제치고 이 책을 대출해왔다. 내용이 궁금해서.

 

<지리의 힘> 책은 유명세에 비해 평점은 의외로 낮다. 별 한 개를 주며 혹평하는 사람들도 많아 읽기 전에 좀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자의로는 안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이라 숙제처럼 읽었다. 급하게 휘릭 읽었고 시간도 많이 지나서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난다. 지리적인 조건이 무척 중요하다는 그 책의 전제만 명확히 기억이 난다. 혹평에 비해서는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모르는 내용이 많으니까. 열심히 읽었다면 많이 배웠을 것이다.

 

그림을 많이 넣어 어린이책으로 새롭게 꾸민 이 책은 읽기 편하고 재미있었다. 아니 이게 그 책의 내용 전부인가? 목차를 비교해보니 거의 똑같네. 쉽고 말랑하게 바꾸니까 다른 책 같다.ㅎㅎ 물론 어린이들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어렵고 자세한 설명을 뺐으니까 그렇겠지. 그 책을 읽을 때 시각적인 설명이 좀 아쉽고 지도를 갖다놓고 읽어야지 그냥 읽자니 답답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는 깔끔하고 예쁜 일러스트의 지도가 화면 가득 들어가고 그 사이사이와 주변에 설명들을 배치해 놓아서 더욱 읽기에 좋다.

 

지리란 인간으로 치면 타고난 환경에 해당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재능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경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그 한계에 갇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리란 그것보다 좀더 넘기 힘든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강대국들은 모두 그 지리의 이점을 타고나 많은 수혜를 받은 행운아들이다. 서부유럽과 미국이 대표적이다. 또 지리적 이점을 지키거나 쟁취하기 위해 이미 충분히 넓은데도 불구하고 영토를 넓히거나 독립을 저지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나 중국이 그러하다. 틈바구니에 끼어 고생하는 나라들도 있고 (우리나라도 그렇다고 봐야겠지) 척박한 환경 탓에 가능성 자체가 매우 적은 나라들도 있다. 특정 자원만은 풍부한 나라도 있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부로 돌아오지 않고 폭력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별을 하나나 두 개 준 평을 읽어보니 저자(영국인) 위주의 시각에서 본 해석이라는 점에서 동의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어차피 누군가의 저작물은 그의 시각이라는 걸 전제해놓고 읽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내게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이 책을 뛰어넘을 상식을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이 지리에서부터 출발하여 세상을 보면 세계사의 흐름을 알기 쉽고 현재 지구촌이 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들의 근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내 자식들이 어리다면 난 이런 책을 사줄 것 같다. 지적 호기심이 있는 아이들, 책을 놀이처럼 보는 아이들, 본 책 또 보는 아이들에게 참 좋은 책이다. 세계명작 몇 권밖에 없던 내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언니, 동생과 머리 맞대고 문제도 내고 하면서 닳도록 읽었을 텐데. 그럼 꽤 유식해질 수 있었을 텐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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