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생일날이렷다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강혜숙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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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분홍이 매우 돋보이는 채색의 그림책이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형광색을 좋아하지 않아서, 더구나 호랑이와 형광분홍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이게 뭐야 싶었다. 하지만 눈에 익으니 예쁘고 멋지고 개성있고 재미난다.

기존의 이야기들을 재해석한 이런 책들은 잘쓰면 정말 웃음이 실실 나올 정도로 재밌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옛이야기 중 호랑이 이야기들의 총집합! (아 그러고보니 올해가 호랑이해구나. 호랑이해 1월에 딱 맞추어 출간!)

짧은 그림책에 호랑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총집합시켰나? 작가의 센스와 위트가 돋보인다. 호랑이 아홉 형제의 생일잔치날이다.(태어난 순서만 다를 뿐 한배에서 같은 날 태어남. 어... 그런데 호랑이가 한배에 이렇게 많이 낳던가...? 아닌거 같은데... 하지만 어차피 이것도 옛이야기잖아. 말 안돼도 넘어감)

화자는 막내호랑이다. 생일잔치에 도착하는 형님들의 상태를 설명한다. 첫째 형님은 오지 못했다. 그게, 떡장수 아주머니 잡아먹고 오누이 잡아먹으려다가 수수밭에 떨어져서.... 이제 감이 온다! 호랑이 아홉 형제는 제각각 다른 이야기에 출연했던 그들이다. 둘째 형님은 꼬리가 길어졌고, 셋째 형님은 흠씬 두들겨 맞았다.
“알밤에 맞은 것 같고,
송곳에 찔린 것 같고,
멍석에 말린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요 대목 능청스럽게 읽어주면 사랑스러운 아가들이 “아! 알겠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할 테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작가님 최고.^^

넷째 형님이 정색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곶감 이야기...
다섯째 형님은 뱃속 상태가 말이 아님. 아까 꿀꺽 삼킨 인간들이 배 속에서 불을 지펴서....
여섯째 형님은 직접 못 오고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보낸 곳은 구덩이 속이었다. 아하하ㅋ
일곱째 형님도 상태가 최악. 불에 구운 돌을 떡인 줄 알고 먹어서.
여덟째 형님은 지금 사당에 계시단다. 어머니 장례를 지극히 치르느라....

“생일 잔치에 오신 분들
호랑이 이야기 배불리 듣고 가시오.”
그리고 깊은 산을 뒤흔드는 “어흥” 소리와 함께 본문은 끝나고, 뒤에 아홉 가지 호랑이 이야기가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호랑이 이야기가 많다.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가졌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착호갑사를 두어야 할 만큼 맹수였지만 이야기 속에선 어리숙해서 잘 속아넘어가기도 하고, 효심이 지극하거나 은혜를 갚는 심성으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10년 전쯤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라는 책을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한 책이었고 다양한 독후활동도 가능했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캐릭터 중 어리석은 캐릭터에 좀 집중된 것 같기는 하다. (여덟째 형님만 빼고) 그랬는데도 아홉 형제의 이야기가 다 완성되다니. 우리나라엔 호랑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거야?

이 책을 읽으니 수업 아이디어가 막 떠오른다. 이 책 한 권으로 한 학기 연극 수업을 할 수도 있겠다. 각 모둠에서 한 이야기씩 맡아서 극본짜고 연습하고, 이 그림책의 내용은 변사가 맡아서 소개하고, 각 장면은 한 장씩 맡아 그려서 슬라이드 쇼로 화면에 비추고... 이런 식으로 준비하면 공연으로 올려도 좋을 것 같다. 와우, 이런 아이디어를 돈도 안 받고 막 공개해도 되는겨? 저 새해에 좋은 일 한가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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