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살아남기 Wow 그래픽노블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지음, 류이연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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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중에는 꽤 어려운 책들도 있다. 물론 같은 내용의 줄글책보다는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조금 편하겠지만 일단 내용 자체가 무거우니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만화 하면 귤 까먹으면서 편한 자세로 술술 넘겨야 제맛인데, 정신차리고 읽어야 한다면 만화의 장점을 절반은 까먹고 시작하는 셈이지. 그런 면에서 실점이 1도 없는 그래픽노블을 발견했다.^^

이 작가의 이름을 보고 아, 러시아 사람? 했는데 캐나다에서 출판된 책이다. 러시아 태생이지만 캐나다로 이주한 경우인 것 같다. 국내에는 이 책만 번역되어있다. 이 책은 캐나다 초등학생들이 투표하여 뽑는 상을 수상했다고도 하고, 여러 곳에서 호평받고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람 마음이 비슷한 거라고 할까? 읽기 어렵지 않으면서 재미있고 내용도 참 좋다. 부모가 사주기에도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다. (건전하다?^^)

주인공 여학생 페넬로피(페피)는 전학 첫날부터 망신을 당한다. 아이들이 다 보는 복도에서 넘어진 것도 모자라 가방 속에 있는 것들이 다 쏟아진 것이다. 그때 다가와 도와준 한 남자아이. 오, 흐뭇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 아이 제이미는 무시당하는 아이였고, 역시나 악의 무리들은 몰려와 “찌질이 여친”이라며 놀림을 퍼붓는다. 순간 페피는 생존을 선택했다. “저리 가!” 제이미를 밀쳐버리고 뛰어간다.

하지만 페피는 양심과 죄책감을 가진, 보통 아이였기 때문에 그 일을 잊지 못하고 계속 괴로워한다. 학교에는 적응했지만 제이미에게 사과를 하지 못해서 계속 그 주변을 맴돈다. 얘네들, 언제 사과하고 해결될까? 이 두 사람의 관계가 1권에서는 가장 큰 줄기다.

두 번째 줄기는 동아리 활동이다. 교사로서 이 부분에 눈길이 갔다. 각 과목 선생님이 따로 있는 중학교라서 초등과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활동이 돋보였다. 페피는 미술부, 제이미는 과학부 소속이다. 하필 이 두 부서는 서로 으르렁대는 앙숙이다. 얼마 안남은 학교 축제를 통해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말썽만 두드러진다. 교장선생님의 폭탄선언이 있었다. “두 동아리 모두, 최근 들어 학교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지금부터 두 달 안에 각 동아리별로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도록.... 투표에서 표를 많이 받은 하나의 동아리만이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이제 승부욕에 불탄 두 동아리의 프로젝트 과정이 펼쳐진다. 미술부는 학교신문에 지면을 얻어, 거기에 실을 만화를 그리는 데 골몰한다. 과학부는 뭔가 친구들을 감탄시킬 발명품을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재미있으면서도 하나도 뺄 것이 없이 의미도 있다. 그중에는 아까 얘기했던 페피의 사과도 있다. 그때 제이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쁜 사람이 그냥 재미 삼아 남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좋은 사람이 잠깐의 잘못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대. 뭐랄까, 실수를 한 거지. 난 네가 좋은 애라고 생각해. 넌 그냥 실수를 한 거야.”

와우, 얼마나 멋진 녀석인가! 이 책에서 설득력이 없는 딱 한 가지가 제이미의 캐릭터다. 이렇게 멋진 애가 왜 무시당하는 찌질이로 나와~ 생김새도 귀엽고 행동도 이쁘고 무심한 듯 착한 성품도 멋진데~ 아마도 그쪽 녀석들이 보는 눈이 없어서겠지. 눈 밖에 났거나. 하여간 조심조심 겉돌던 둘의 사이는 이제 뭐든지 함께 하는 절친으로 거듭났다. 참 보기 좋다. 이 나이 때는 절친까지만 했으면 좋겠어. 근데 여기선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고.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몰두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사들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생각거리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정말 맘에 든다. 아이들이 동아리라는 협력활동에 그렇게 몰두할 수 있다는 점, 그 안에서 책임을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부러웠고,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지켜보고 있으며 개입할 수 있는 권위가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행정업무에 치중되어있고 민원을 가장 무서워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동아리 활동에 개입하시고 기회를 주시거나 박탈하시거나 하는 것을 본인 의지대로 하신다면 당장 벌떼같은 민원이 닥쳐올텐데.... 모두가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의 현장을 고민해보는 기회도 되었다.

학교에서 살아남는 법. 원제는 <Awkward>이지만 번역한 제목도 잘 지은 것 같다. 학교에서 살아남는 법은 뭘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져나가는 것이다. 악의 세력들이 쪽을 못쓰도록. 걔네들도 악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테니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 책처럼. 2,3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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