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서관에서 그래픽노블을 쌓아놓고 봤다. 집이든 교실이든 책장이 꽉 차고도 넘치는데 이걸 다 사서 볼 수도 없고 학교도서관에서도 다른 종류와 비중을 좀 맞춰야 하니까 너무 많이 신청하긴 좀 그렇다. 오늘은 구립도서관에 와서 그동안에 못본 걸 좀 찾아보았다. 그래픽노블만 모아서 꽂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찾아서 뽑아오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모두 정독하진 못하고 넘겨보다가 그중 몇권만 대출해왔다. 오늘 본 책 중에 인상적인 작가가 있었다. 케이티 오닐이라는 뉴질랜드의 작가다. 세 권의 그래픽노블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데 최근의 사회적 이슈들과 관련된 주제를 매우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와 『티 드래곤 클럽』을 보면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성소수자들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같다. 그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내 수준이 아직 초등학생들과 함께 다룰 만큼은 안되어서 넘어간다. 세 번째 『바닷속 유니콘 마을』은 바다 생태계를 다루고 있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책들을 보고 난 직후라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책들에서 본 바에 의하면, 지구의 기온 상승은 해수온도를 상승시키고, 늘어난 탄소의 양은 해수 산성화를 가져와서 산호초를 초토화 시킨다. 알고보니 산호초는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이 엄청났다. 그중의 하나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라나는 아빠와 함께 이모가 사는 바닷가 마을을 찾는다. 그들이 떠나온 그곳을 이모는 지키고 있다. 얼마전에도 태풍이 와서 마을이 다 부서졌고 아빠는 복구를 도우러 온 것이다. 엄마는 왜 없을까 하고 살펴보니 바로 이 바다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이모는 씩씩하게 배를 몰고 고기를 잡으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또 한 번의 태풍이 닥쳤고, 그때 라나는 이모만 알고 있던 ‘바닷속 유니콘 마을’에 대해서 알게 된다. 유니콘 마을이라는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바다를 수호해야 한다는 강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산호초의 멸종, 플라스틱 그물로 인한 남획과 바다 쓰레기 문제까지 이야기한다. 이야기 중에서 태풍으로 인한 해일이 부쩍 거세어진 것은 산호초의 파괴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한 어조였지만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좋았다. 그림은 한컷 한컷이 모두 배경색까지 완벽하게 채색되어 있어 완성도가 무척 높았다. 그림책의 한 장면들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강인한 현실의 모습과 부드러운 환상의 모습을 모두 어울리게 잘 담았다. 학급 독서를 위해서 그래픽 노블을 찾아보는 건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고 그냥 한박자 쉬는 느낌의 독서를 위한 것인데, 이렇게 중요한 주제를 담은 책을 만나다니! 하긴 형식이 말랑하다 뿐이지 그래픽 노블이 심심풀이 책들인 것은 절대 아니니까. 책들의 세계는 끝이 없다. 평생 그 한자락이라도 만져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