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슬기사전 2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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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실용서. 초등학생에게 이런 실용서가 나와야되는 세상이라는 게 슬프다. 하지만 난 이 실용서를 실용적으로 아주 잘 사용해 볼 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유용한 책이라는 말이다.

 

제목도 너무 슬퍼.... ‘예의없는 친구들을 대하는이라니...ㅠㅠ 솔직한 현실을 반영한 제목이다. 예의없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예의를 가르치는 데 정서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그 아이에게 말했었다. “내가 지금 너한테 어른에 대한 예의나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요구하는 게 아니야.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거 아니니.”

결국 아이는 아주 조금은 좋아진 상태로 헤어졌는데.... 그 아이에 대한 말들은 그 다음 해에도 계속 들려오곤 했었다. 이게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나보다 낫구나 존경스럽기까지 한 아이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아쉬운 소리 하기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학업적인 면 외에 이런 태도를 지도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괴롭다. 난 오지랖이라곤 없어서 옆집 아이가 그런다면 절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실 상황은 나의 역할과 책임이니 꾹참고 지도한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태도라는 것이 관성이 작용하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예의 없는 친구들은 기본값으로 학급에 존재하고, 지도해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꽤 걸리는 경우도, 끝내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친구들을 배제하고 갈 수는 없는 바, 우리는 한 교실에서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혜로운 전략이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전략책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전략이라고 해서 승부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굳이 승부를 따진다면 윈윈이라고 할까.

 

이 책은 나는 3학년 2반 애벌레를 쓰신 김원아 선생님이 쓰셨다고 해서 더 신뢰가 갔다. 현장에서 느끼는 공감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면에서 맥락이 이해가 잘 되었고 고민하신 흔적도 느껴졌다. 8개의 장 62개의 상황에서 각각에 맞는 지혜로운 말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고민하신 덕분에 이런 사례집을 갖게 되었으니 독자로서는 든든하다.

 

8개의 장은 수업 중, 물건에 관하여, 친해지기, 사과하기, 거절하기, 약속하기, 갈등 해결, 학교폭력으로 분류되어 있고 각 장마다 여러개의 상황이 있다. 상황마다 만화로 문제상황-슬기로운 말하기가 제시되고 교사의 코멘트도 들어있다. 부담없고 재미도 있게 읽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통독하면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될 것 같다. 사실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친구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고 내가 친구를 화나게 할 수도 있다. ‘맞다, 이럴 때 내가 이렇게 말했어야 했어.’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 이때 내가 잘못했었네?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솔직히 예의 없는 아이들운운하고 있는 나도 이 책에 비추어보면 어렸을 때 예의없는 면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다 그렇게 부족한 존재이니 부족한 점은 채워가면 되는 것. 이 책이 길잡이 역할을 잘 해줄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시종일관 상대방을 존중하되 나 자신도 존중해야 한다. 나를 지키면서 상대방에게 매너있게 대해야 한다.”를 강조한다. 이것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책을 구입하여 아이도 읽고 부모도 읽으면 어떨까 싶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거나 호구가 진상을 만든다.”거나 하는 말들도 다 많은 이들의 경험에 의한 일리있는 말 아닌가.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실적인 조언들이 있다.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는 건 안 좋은 버릇이야.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해도 돼. 물론 한두 번은 친구를 위해 배려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안 돼.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친절을 베풀지 말자.” (85쪽 자기 할 일을 나에게 미룰 때)

친구가 자꾸 화내면 같이 놀기 힘들 것 같아. 특히 너한테만 버럭 한다면 널 만만하게 보는 걸 수도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내는 이유부터 물어봐. 이유가 타당하면 화난 마음에 공감은 하되 너한테 화내지 말라고 하자. 그래도 계속 화를 내면 서서히 멀어지자.” (95쪽 별것도 아닌 일에 발끈 화를 낼 때)

내용 구성을 보면 수업 중 떠들기, 모둠활동 방해 등 관계적인 면에서 크지 않은 사안에서부터 뒤로 갈수록 갈등해결, 학교폭력 같이 큰 사안으로 발전한다. 특히 학교폭력 장에서는 참기만 해서는 안되는 마지노선(부모님이나 교사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까지 제시해 주어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모두가 이타적이고 천사이길 바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사회의 평균치와 우리반이 같은게 정상이지. 그러므로 천사지향주의보다는 냉철하게 지혜로운 처신을 추구하는게 현실적으로는 맞다고 본다. 아이들아, 멋져져라! 그게 니네 신상에도 좋아. 찌질해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살아 봐. 진짜인 줄 알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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