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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 아이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ㅣ 바람어린이책 17
윤여림 지음, 김고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1월
평점 :
콩가면 선생님의 이야기 두 권을 다 읽고 리뷰도 다 썼는데 3편이 나왔다면 읽어서 채워놔야지! 요런 채우기 욕심은 학생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던 욕심 이후로는 유일하다. 사실 궁금하다는 이유가 더 크다. 동화책 속의 교사 주인공들 중에 나랑 비슷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중 가장 닮은 사람이 콩가면 김신형 선생님이다. 전형적인 열정교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지만 콩가면 선생님은 나보단 어딘가 멋져. 정이 가고. 그러니까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계신 거겠지.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3탄으로 나왔다고 하니 당장 궁금해서 찾아보는 나와 같은 독자들을.
없던 일도 있던 일처럼 쓰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고, 윤여림 작가의 능력이라면 그걸 하시고도 남겠지만 왠지 이 책은 자전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작가는 교사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김신형 선생님에게 자신의 모습을 많이 넣으신 것 아닐까? 그리고 그 마음의 밭이 된 어린시절 이야기는 거의 그대로 사실이 아닐까? 이 책이 동화적인 기승전결 구성이라기보다는 회고에 따른 일화 형식인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나의 느낌일 뿐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콩알 아이, 어린 신형이는 집에서 ‘형아’라고 불린다. 이름 뒷글자만 부르는 방식은 흔하지만 그게 ‘형’자라서 색다르게 느껴진다. 신형이는 식구 많은 집 막내다. 그럼 귀여움 많이 받고 자랐겠네? 식구는 많지만.... 아빠가 안 계시다. 신형이 갓난아기 때 사고로 돌아가셨고, 대신 오빠가 다섯 명이나 있다. 일형, 이형, 세형, 나형, 오형. 이야기 중 오빠들을 소개하는 내용도 나오는데 이건 실제 인물이 있었던 거 아니면 작가의 내공이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공장을 이어받아 운영해야 하는 엄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친할머니가 신형이를 주로 키웠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사셨다. 신형이는 할머니들을 ‘할미’라고 불렀다. 친할머니는 빼빼할미, 외할머니는 퉁퉁할미. 외모도 성격도 완전 딴판인 두 할머니가 신형이를 키우며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은 이 책의 대표적 웃음포인트다. 푸근하고 허용적인 퉁퉁할미에 비해 장작처럼 마르고 건조딱딱한 빼빼할미는 사랑이 부족해 보이지만 겉으로만 그렇다는 사실! 두분은 티격태격했지만 빼빼할미가 돌아가셨을 때 가장 많이 운 사람이 바로 퉁퉁할미였다.
‘뚝딱뚝딱 공방과 그림방’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배경이다. 이곳은 두 번째 책 <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에서 선생님이 털손 진우를 데려갔던 곳이다. 그때 선생님이 ‘나도 어릴 때 다녔던 곳’ 이라고 복선을 남겼는데 여기서 딱 나왔네! 이곳은 진짜 실재했던 곳일거 같다.
아빠가 안 계셔도 주변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형이를 이룬 감정들 중 하나는 ‘외로움’일 거라고 생각한다. 오빠들과 나이 차이가 나서, 다들 학교에 가버린 집에 남겨진 신형이. 나도 어린 시절 언니는 학교 가고 동생은 아기였을 때 혼자 놀던 골목길의 외로움을 기억한다. 신형이는 담장 옆에 앉아 하루종일 혼자 놀며 담장에 낙서를 한다. 그 외로움의 정서가 신형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침착함과 사려깊음, 그리고 예술성을 주었을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주변의 사랑으로, 그리고 일부는 혼자 알아서, 자라난다.
그림방 언니가 아이들이 감당 안될 때 신형이의 도움을 받곤 했는데 그때 이런 말을 했다.
“형아는 나중에 선생님 해도 되겠다.”
“난 절대로 선생님 안 할 거야. 애들은 지긋지긋해.”
“진짜? 난 형아가 애들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애들 싫어.”
이 시리즈 통틀어 내가 콩가면 쌤을 좋아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거다. 아주 진심은 아닐지 몰라도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 나도 그렇거든. 나도 애들 싫어. 하지만 내 교실 애들은 좀 달라. 그게 책임감이든 뭐든. 싫은데도 열심히 하면 기특한거 아니야?^^;;;
콩가면 선생님. 당신은 이렇게 자라 어른이 되었군요. 당신의 외로움에 공감했어요. 하지만 그 외로움이 우리를 만들었죠. 사람들이 외로움에 너무 엄살부리지 않았으면 해요. 그치만 그러려면 기본치 사랑이 주변에 있어야 하긴 하죠. 당신의 오빠들과 할머니들, 그리고 너무 바빴던 엄마까지도. 그리고 지금도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들. 그런 사랑이 우리를 키웠네요. 정말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난 콩가면 선생님보단 덜 유능하고 사랑도 더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늙었고, 그래서 얼마 안남았지만 남은 기간 콩가면 선생님을 내 친구로 생각할래요. 롤모델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으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