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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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이라는 이름을 보고 눈이 번쩍 뜨여서 구입한 책이다. 손원평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다. 『아몬드』라는 대단히 유명한 청소년소설과 『서른의 반격』이라는 조금 유명한 소설, 이렇게 두 권만 읽어봤다. 굉장히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문학 뿐 아니라 영화 연출 쪽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신다니 사유와 창작성이 남다른 분인 듯하다. 그런 작가가 동화에 발을 들여놓았다니, 환영할 일이겠다. 이렇게 이름값이 더해진 탓인지, 이 책은 나오자마자 화제작이 되었다.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여우 꼬리’는 주인공의 정체성을, ‘위풍당당’은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4학년 손단미가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로 당황하고 고민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게 여우꼬리, 즉 구미호라니 참으로 황당한 설정이다. 알고보니 그건 엄마에게서 내려온 내력이었다니. 딸에게 찾아온 ‘그것’을 감지한 엄마는 축하파티를 열어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축하해, 단미야. 새로운 세계로 온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엄마는 너를 도와주고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네 꼬리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해. 엄마와 단미는 다른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네가 직접 경험하고 하나씩 알아가야 해. 명심하렴. 그게 네 숙명이야.”

이런 설정은 유치해서 몰입이 안될 위험성도 있지만 작가의 필력이 워낙 튼튼해서인지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조연들, 즉 단미의 학급 친구들의 다양한 캐릭터도 작품의 폭을 넓혀 준다. 이 책이 <1>이라는 숫자를 달고 나온 것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라는 뜻일 터, 조연들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능 스포츠 소녀 루미, 아이돌그룹 연습생이고 콧대높은 윤나, 역시 연습생이지만 윤나와는 결이 다른 지안, 멸종동물에 관심이 많고 매너 좋은 민재 등. 그리고 외톨이고 음침해 보였지만 단미와 공감을 나누게 된 재이의 존재도 인상적이다.

단미가 자신에게 찾아온 문제에 혼자서만 골몰하고 있을 수 없었던 건, 누구나 그렇듯이 일상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단미네 학교는 교내 한마음 캠프, 일명 으스스 캠프를 앞두고 있었다. 개별활동 전시와 모둠별 미션 테스트로 이어지는 캠프는 솔직히 현실성은 부족하다. 전시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밤을 지새우며 공포에 가까운 체험을 하는 캠프를 할 만큼 간이 큰 학교는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구미호가 나오는 마당에 현실성을 요구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어쨌든 이 두 행사를 통해 아이들 각자의 개성과 성격, 생각과 고민들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자신에게 나타난 큰 비밀을 간직한 채 이 모든 일에 참여해야 하는 단미는 이중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미션을 함께 해야 하는 모둠원들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고 내내 삐걱거렸다. 하지만 결국 완성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뾰족함을 깎아주었고 특히 단미는 자신의 또다른 모습과 마주하게 되었다. 싫어하고 거부하고 싶던 자신의 모습과 화해하는 과정은 좀 전형적인 느낌이 들긴 해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넌 선택할 수 있어. 나와 사이좋은 친구가 될 건지. 아니면 나를 미워하면서 살아가게 될 건지.”
단미에게서 튀어나온 꼬리, 즉 여우가 한 말이다. 저 말을 들으니 모든 사람은 각자의 꼬리를 갖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의 어떤 모습은 지독히 싫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살 달래며 살아야지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 자신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그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난 그래도 부족한 능력에 비에 그럭저럭 나를 잘 쓰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더 잘 썼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아주 망하진 않았으니까.

자아를 찾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이 메시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작가의 육성 그대로 나오는 느낌도 살짝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큰 문제는 안되리라 생각한다. 작가가 어떤 시리즈를 계획하고 계신 건지, 다음 편에선 또 어떤 스토리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궁금해진다. 웹툰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만물상’ 작가의 그림도 아이들 취향이라 인기에 한몫을 할 것 같다. 출발이 좋은 여우꼬리 시리즈의 지속적인 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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