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케 - 2022 인천미추홀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정도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7
노수미 지음, 김미진 그림 / 마루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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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이 말살된 어두운 면을 그리는 미래소설들은 작가가 상상한, 또 인류가 우려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책이 보여주는 모습은 진로 설계를 인공지능에게 맡긴 세상이다. 제목인 ‘AI 디케’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미래소설들의 상상에 비해서 현실감은 좀 떨어졌다.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이런 세상이 올 거 같지는 않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그리는 미래 세상과 현실과의 연결고리 때문이었다. 미래의 모습에서 현실이 보였다고 할까. 그게 꽤나 섬뜩함을 주었다.

대한민국 현실에서의 무한 경쟁은 이 책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은 뇌지도와 뉴런을 분석하는 ‘디케 테스트’를 통해서 역량과 적성을 평가받고 A부터 Z까지의 등급을 부여받으며 그 등급에 적당한 직업까지 통보받는다. 부모들은 자녀의 등급을 높이는 일이라면 아까운 줄 모르고 쏟아붓는다. 돈이든 시간이든 말이다. 지금과 다른게 뭔가. 자녀를 위한 일이 자녀와의 소통, 공감, 함께 하는 질 높은 시간이 아니고 두뇌 개발에 좋다는 각종 기계와 프로그램이라면.

주인공 지오의 아빠도 그런 사람이다. 지오는 낡은 물건을 분해, 조립하고 고치는 일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인데 예비 테스트에서 X등급을 받는다. 가능한 직업은 남극에서 펭귄에게 먹이를 주는 일? 참을 수 없는 아빠는 아들의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이를 갈고, 그 욕심은 결국 더 큰 욕심을 가진 자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그 음모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독자들의 긴장감을 높인다. 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자신에 대한 기계적인 평가와 미래 설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그걸 거부하는 극소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지오의 친구 나리와 나리 엄마가 그렇고, 지오 또한 이 모든 일을 겪으며 그편에 서게 된다. 아무리 뇌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유전자가 세밀하게 분석되는 세상이 온다 해도, 나의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삽질의 연속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그 책임 또한 내가 지는 것이다.

나라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등급은 중간쯤 나오지 않을까? (착각인가ㅎㅎ) 그러면 적당히 무난한 직업이 주어지고 그걸 해내느라 하루하루 한치 앞만 보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인생이 절반 넘게 지나가버린.... 앗, 지금 내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하여간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모험을 걸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시대에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불안이라는 안개에 휩싸여 진정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인류의 미래가 밝지는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나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쩌니저쩌니 해도 세상은 좋아지고 발전해 왔다는 말에도 수긍은 한다. 지금 우리가 주체성이 상실되었다 해도 노예가 있고 신분사회였던 옛날만큼은 하겠는가? 그렇듯이 우리 미래도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한다. 이런 책을 읽고 그 경고에 귀를 기울이면,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세상은 나아질 수 있다고, 그런 믿음을 갖고 싶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가장 어려운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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