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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미 지음, 민승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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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가난한 직업 순위였던가? 그 비슷한 걸 발표한 걸 보았었다. 그때 고순위로 기억나는 직업이 바로 ‘시인’이다. 시 쓰는 걸로만 먹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레오 리오니는 <프레드릭>에서 시인(혹은 예술가)의 소중함을 얘기했지만, 먹고 사는 현실로 오면 결코 쉽지 않다.

김개미 시인 정도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미쳤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먹고사는지 마는지 니가 왜 궁금해?ㅋㅋㅋ 이분은 굉장히 다채롭게 시를 쓰신다. 첫시집 <어이 없는 놈>부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일단 제목이 특이했고, 시인의 이름은 더 특이했다. 거미라는 가수도 있긴 하지만 사람 이름이 개미가 뭔고? 시도 아주 재밌었다. 책을 머리맡에 놔두었더니 남편이 펼쳐보고는 킥킥 웃었다. "아니 이거 우리 아들 보고 쓴 시 아니야?ㅎㅎ" 이때부터 이 시인은 참 특별했었다.

이후, 나오는 시집마다 색다른 개성을 보여주더니 이번 시집은 글쎄, 화자가 있는 시집이었다. 그것도 첫사랑을 하는 소년이 소녀를 향한 마음을 노래한 시. 그게 전부였다. 다른 건 없었다.

'소나기'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그런 풍은 아니고, 그냥 철없고 귀여운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온 여자친구의 이야기다. 소년의 이름은 진규고 소녀의 이름은 티나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인 것 같다. 태어나기 전부터 한국에 살았다고 시에 나온다.

시에 못담은 내용은 그림이 말해준다. 표지도 몹시 아름다운 이 시집은 그림도 큰 역할을 한다. 지각대장 진규는 오늘 아침도 학교를 향해 달린다. 그러다 어떤 아줌마와 정통으로 부딪쳤는데 아줌마가 들고 있던 봉투를 놓쳐 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규는 그걸 열심히 주워 담고 꾸벅 인사를 하고, 아줌마는 화내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딸은 달려와 귤 한개를 건넨다.

그게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 아이, 티나는 그날 진규네 반으로 전학왔다. 생김새가 좀 다르지만 밝고 쾌활하고 진규를 '착한 애'라고 말해주는 긍정적인 아이. 진규의 마음은 그날부터 시로 표현된다. 표제작인 '티나의 종이집'은 미술시간에 티나가 만든 집이다.
"아무도 못 보는 투명하고 작고 자유로운 우리는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나 멋질지 모른다."

두근두근한 마음, 애틋한 마음 뿐 아니라 앞에서 계단 올라가다 방귀 뀌어 창피했던 얘기, 선생님놀이, 병원놀이를 하며 같이 놀았던 얘기, 언제 어디서나 떠오르는 티나에 대한 생각들을 시로 표현했다. 예쁘고 귀엽고 따뜻하다.

본래 사랑은 아름답고 따뜻하다. 안그럴 수가 없는거 아닌가? 하지만 요즘 애들 연애질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서, 우리 교실에선 좀 안그러길 내심 바란다. 눈살 찌푸려지는 꼴이 많다고 말하는 나에게 돌을 던지려면 던져라. 나는 거짓말과 미화를 못하는 것 뿐이니까. 나는 사랑이라면 이 소년의 마음 같을거라 생각한다. 조심스럽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반대의 경우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다. 그 감정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연애, 까발리고 자랑질하는 연애, 주변을 피곤하게 하고 상처주는 연애는 내가 보기엔 사랑 아니다. 그냥 감정의 장난질 정도?

아이들이 이 시집을 읽으며 빙그레 웃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기 안의 감정을, 그 대상을 더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뭘 바라지 않았음 좋겠다. 함께 민들레를 바라보는 이 아이들처럼.

이 책이 '바람 동시책' 1권이다. 계속 나온다는 뜻이겠네? 우와~ 시집들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2권은 뭘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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