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 클럽 웅진책마을 98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불키드 그림, 김선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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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앤드루 클레먼츠의 작품이네. 재밌는데 뭔가 건전해....ㅎㅎ 개성있는 주인공이 나오고 학교에서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가 막나가지는 않는다. 주변 어른들은 인내심이 있고 현명하며 주인공 또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지 않는다. 내가 앤드루 클레먼츠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혹시 이것 때문일까? 음 그렇다면 좀 곤란한데.... 아이들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그게 뭐가 문제야!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해결방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그걸 몰라 방황하고 자폭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고!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키면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나와 작가와의 공통점은 교사라는 점.ㅎㅎ (나는 현직, 작가는 전직 교사)

작가는 꽤 연세가 있으신 것 같은데 신작이 계속 나오는게 대단하다. 『프린들 주세요』가 나온지 20년이 넘었다. 그 책은 초반부 느낌이 안좋았어서 별로 손꼽고 싶지 않았었지만 나중에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이제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학교생활에 약간 부적응한 6학년 남학생이 ’루저 클럽‘이라는 동아리를 만들게 되고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루저 클럽‘에서 느낌 오지 않는가? 하지만 의외로 아이의 문제는 별로 크지 않았다. 딱 한가지 문제가 있었을 뿐 그 문제를 갖게 된 심리적 문제라든지 상처 같은 것은 없었다. 어찌보면 이 부분은 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평범한 경우라고 볼 수도 있고.

아이의 문제는 ‘수업 태도’였다. 지독한 책벌레인 앨릭은 수업시간에도 자주 책에 빠졌다. 그것 때문에 교장실에 자주 가게 되었고 교장선생님은 단호한 조치를 내리셨다.
“앞으로 수업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앨릭 넌 특별 학업 능력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거야. …… 네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다음 여름 방학 내내 학교에서 보내야 할 거야. 알겠니?”
이 부분을 보고 놀랐다. 이 학교는 이런 게 가능한가?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수업에서 분리하여 교장실에 보낼 수 있고, 교장선생님은 학생의 문제점을 상담하고 지도하며 벌칙도 부여할 수 있고, 학생과 부모는 거기에 따라야 한다니. 배째라 한방이면 손발 다 잘린 듯 방법이 없어지는 우리 교실과 얼마나 다른가. 책 읽는 정도는 조용하기라도 하니 그나마 양반 아닌가. 그보다 더한 수업 방해가 있어도 모든 것은 담임의 책임이며 문제 학생의 부모들이 오히려 학습권을 들먹인다. 특별 학습 프로그램? 학부모가 콧방귀 한 번 뀌면 그만이다. 매우 큰 사안이 있어 학폭위나 선도위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징계가 내려져야 그나마 강제성을 갖는다. 일상적 지도에서 저런 얘기는 있을 수도 없다. 교장의 생활지도와 상담(학생, 학부모)의 역할, 학교의 교육적 지도에 대한 권위, 그걸 받아들이고 자녀를 지도하는 부모의 태도 등이 놀라웠다. 그저 험한 사람 만나지 않기만을 빌며 한해 한해 살아가는 나와는 너무 다르다. 나야 훌륭하지 못한 평범한 교사라 그렇다지만, 훌륭하신 선생님들 중에도 마음고생에 에너지를 다 쓰느라고 정작 뛰어난 역량은 펼쳐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아까운 낭비인가? 공부하고자 하는 평범한 학생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하여간 이렇게 되어 앨릭은 수업시간에 몰래 책을 읽지 않고 집중하기로 교장선생님, 부모님과 약속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모두 재택에서 회사 근무로 바뀌시는 바람에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체육활동, 취미활동 동아리, 과제실 중에서 골라야 했다. 책 읽는 것 외엔 하고 싶지 않은 앨릭은 동아리를 골랐고 스스로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루저 클럽>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담당선생님도 못마땅해 한 그 이름은 인원수를 늘리고 싶지 않은 앨릭의 꼼수였다. 그냥 혼자서 읽고 싶을 뿐. 그래도 두 명은 되어야 동아리가 되니 니나라는 전학 온 여학생을 영입했다.

하지만 상황은 앨릭의 꼼수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루저 클럽엔 계속 회원들이 들어왔다. 혼자만 틀어박혀 있고 싶은 앨릭에게 계속 신경쓰이는 일들이 생긴다. 마음이 통해 친해져가는 니나, 그걸 질투하는 운동 클럽의 에이스 켄트, 옛 친구 데이브, 새로 들어온 후배 여학생들 등.... 다가오는 모든 일들에 앨릭이 그동안 뒤집어썼던 껍질을 벗고 당당히 맞섰던 건 동아리 창설자로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임을 큰 가치로 보는 나는 이런 점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건강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가치는 책임이다. 남에 대한 책임, 나 자신에 대한 책임. 그런 의미에서 난 무책임한 사람이 너무 싫고, 무책임한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

앨릭은 결국 팀원들과 소통하며 동아리 발표회까지 인상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껍질을 깨고 나오니 앨릭이 생각 못하던 의미있는 일들이 가득했다. 그것이 단기간에 앨릭을 훌쩍 성장시켰다.

책을 읽는 것, 책을 좋아하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지 못해서 문제지. 하지만 그 안에 갇혀버리면 안 된다. 사실 나도 쫌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정도로 많이 읽는 건 아니라서 괜찮다(?ㅎㅎ) 내가 수업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어떤 순간에도 좋은 일이란 거의 없어요. 예를 들면 책 읽는 것. 방금 전 아침독서 시간에는 아주 좋은 일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이죠. 책 집어넣고 책상 위 정리하세요.” 앨런도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되었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에 몰입하는 성향 자체는 좋은 것이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 중 또 하나는 앨릭이 읽는 책들이 실제 있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손도끼, 화씨 451, 프리데인 연대기, 샬롯의 거미줄 등.... 마치 작가의 추천목록을 보는 듯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그 목록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340쪽이나 되어 꽤 두껍고 무겁다. 판형도 약간 큰 편이다. 하지만 글자가 크고 줄간격도 넓어서 금방 읽는다. 고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해줘도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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