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판형의 이 동물 책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들여다보며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되겠다.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고 작가 특유의 유머도 풍부하다. 외국의 작가인데 우리가 이것을 유머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역자의 역할도 컸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예를 들면 해파리의 학명을 지우고 '몽그르 몽그르 젤리우스' 라고 한다든가 소똥구리를 '똥방우르 굴리우스'라고 한 부분들을 보면 말이다. 저자가 이것을 우리말로 지어주었을리는 없으니 결국 역자의 센스인데, 이 책에는 이런 부분이 아주 많았다. 역자의 약력을 보니 본인의 저서도 많은 과학 선생님이시네. 이정도 내공이 있어야 이런 책의 번역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역할 중 또 하나는 그림인데, 이건 저자가 직접 그렸다. 정보책을 쓸 수 있는 지식과 그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저자가 얼마나 될까? 덕분에 책의 어느 쪽을 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색감도 뛰어나고 다량의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어 소장가치가 큰 책이 된 것 같다. 좀 배가 아프다. 내가 어릴 땐 이런 비슷한 책도 없었다.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도 이처럼 다양하게 많진 않았다. 요즘 애들이 불쌍할 때도 많지만 갈수록 쏟아지는 탐나는 책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은 한 쪽, 또는 두 쪽에 한 종류씩 동물을 소개하고 있다. 분량은 그림책이라기엔 좀 많은 80쪽이니 5~60종 정도가 실려있는 셈이다. 이중엔 코알라나 타조 같이 잘 알려진 동물도 있고 애기아르마딜로, 아홀로틀처럼 낯선 동물도 있고 모기나 하루살이처럼 정말 하찮아(?) 보이는 동물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동물들은 모두 공평(?)하게 같은 분량, 같은 구성으로 큼지막한 그림과 간단하고도 유머러스한 설명과 함께 실려있다. 이 책은 재미난 정보책이고 저자는 말이 많지 않다. 하지만 마지막장 맺는말에 저자는 모처럼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다 각자의 자리가 있으며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만 명심하면 된다. (다른 동물들은 원래 아는 것 같음) 그리고 저자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냥 가만히 놔두는 거'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손은 금손이기도 하지만 손대는 것마다 망치는 주범이기도 하지. 그러니 가장 적절한 결론이라 하겠다. 혼자 자라는 외로운 아이에게 이런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하지만 둘이 자라는 아이들에겐 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앞에서 말했잖아. 이건 책이자 장난감이 될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