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귓속에 젤리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수용 지음, 최보윤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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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용인거 같으면서 부모용인거 같기도 하다. 얇고 재미있으니까 저학년이 읽어도 충분하고 3학년 교실에서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4학년까진 아니고.^^

생활동화로 읽히는 이 책에 딱 한가지 판타지 요소가 있다. 수아에게 '엄마 귓속에 젤리'를 알려주고 사라진 꼬마아이다. 이 아이는 엄마의 어린 시절에도 똑같이 등장했다니.

귓속에 젤리라니 참 적절하고도 재밌는 발상이다. 하나의 발상에서 창작은 출발하는 것이니 이런 발상이 떠오르면 얼마나 즐거울까. 이 젤리는 나에게는 '적정선'으로 다가왔다. 남의(혹은 자식의) 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할까.

정답은 '적당히' 이다. 남의 말에 너무 깊이 빠지면 자칫 '말려들어갈' 수가 있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귀가 너무 얇다'는 말도 어느정도는 일맥상통한다. 반면 귀를 너무 닫아도 안된다. 소통이 불가하고 아집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귓속의 젤리라는 소재로 듣기의 적정선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건 나에게 무척 중요하고 의미있었다.

수아는 자기 말을 제대로 안듣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난다. 그럴 때마다 소심한 가출을 하지만 시늉 뿐이어서 본인만 아는 가출이다.^^ 어느날은 가출길에서 처음 보는 남자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수아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심지어 가출 이유까지! 꼬마는 엄마 귓속의 젤리 비밀과 그걸 빼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엄마가 잠든 틈을 타 수아는 엄마 귓속의 젤리를 빼내는데 성공했다. 좋았을까? 물론 처음에는. 엄마는 모든 신경을 기울여 수아의 말을 들어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게 꼭 좋지만은 않았다. 어떤 말은 좀 흘려 들으라고~ 어떤 건 좀 그러려니 하라고~ 어떤 건 좀 잊어도 주라고~~ 그러질 않으니 너무나 피곤한 일들이 생겨났다. 결국 수아는 숨겨둔 젤리를 꺼내 반으로 잘라 엄마 귓속에 다시 넣었다. 똑똑한 아이네. 나름 적정선을 찾을 줄 알잖아?^^

문제는 남은 젤리 반개였다. 어느날 엄마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수아는 그걸 자기 귀에 넣었다. 이제 어떻게 되었을까?^^

그 젤리가 있다면 나도 갖고 싶긴 하다. 근데 생각해보면 난 누구의 말을 그렇게 잘 듣는 편이 아니니 내게는 전혀 필요가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오히려 귀를 좀 뚫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평균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너무 잘 들어서 탈인 사람보다는, 막혀서 탈인 사람이 더 많긴 하지.

하지만 선택적으로, 정말 안듣고 싶은, 들어봐야 멘탈에 해롭기만한 말 하는 사람 있잖아. 그럴 때 무선 이어폰처럼 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젤리는 판타지이니 자신의 의지로 만드는 수밖에.

내가 보기에 듣기의 적정선은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절박한 주제인 것 같은데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동화로 탄생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래서 동화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거라고 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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