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고양이 행복한 책꽂이 21
장미 지음, 윤정미 그림 / 키다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례를 펼치면 각 장의 제목이 D-day로만 되어있다. 그날은 목화 아파트를 폭파하는 날이다. 목화 아파트는 아주 오래되었다. 재건축은 대다수 주민들이 바라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던 고양이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가난한 주민들에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다.

D-180일로 시작된 장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D-1일에서 끝맺는다. 사람들은 어디로든 살 곳을 구해 여기를 떠난다. 먼저 재건축된 스카이 아파트라는 고층아파트로 가기도 하고, 길 건너 먹자골목(빌라촌) 쪽으로 터전을 옮기기도 하고 아예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D-90일 정도 쯤, 목화아파트엔 고양이들만 남게 되었다.

화자가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두 화자는 난희라는 소녀와 조이라는 고양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도 확인할 수 있지만 같은 것을 보는 다른 시선도 알 수 있고 사람은 참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구나 라는 것도 느껴져 웃음도 난다.

목화 아파트는 고만고만한 형편의 사람들이 주로 살았고 그들은 길고양이들을 모질게 대하지 않고 적당히 어울려 살았다. 고양이들에겐 풍족하진 않더라도 느긋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이사를 갔지만 고양이들은?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사는 곳을 잘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재건축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하는 경우, 밥그릇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이동을 독려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터널이나 임시 쉼터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나도 알게 된 사실이다.

빌라촌으로 이사간 난희는 학교가 끝나면 목화 아파트에 들른다. 사랑하는 고양이 조이를 챙겨주고 싶어서다. 거기서 만난 교회선생님 지원 씨는 ‘고양이 이사 보내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사람이다. 애정과 실천력을 함께 가진 사람. 이 일에 난희도 큰 힘이 되어준다. 난희처럼 그곳과 고양이들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무니까.

이곳저곳으로 이사간 주민들처럼 고양이들의 이후 거취도 제각각이다. 가정으로 입양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길고양이의 삶을 이어가기도 하고. 난희의 고양이 조이는 어떨까? 난희는 조이를 입양하고 싶어하지만 셋방살이 하는 처지라 어렵다. 무엇보다도 조이가 집고양이가 되길 원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것이 이 둘의 운명이다. 이 둘은 계속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어디에서 어떻게?

고양이를 다룬 작품들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집도 많이 늘었고 집사들끼리 만나면 고양이 이야기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왜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늘어났을까? 확실히 고양이는 매력적인 동물이긴 하다. 현대인들의 성향과도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왜 고양이한테만 그렇게 관심이 많아?” 할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매력적인 고양이를 넘어서서 전체적으로 동물복지를 보는 눈을 가질 때가 된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어쨌든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건 사실이다.ㅎㅎ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배려도 아직 충분한 것은 아니고. 그 배려가 동물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을 고민하는 행동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