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동화가 쏟아져 나온다. 예전보다 더 많이 읽는것 같은데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는 건 별로 없다. 무빙워크처럼 떠밀려가기 때문이다. 다음책에 밀려 잊혀지는 책의 운명.... 이 책은 오랜만에 마음에 철컥 달라붙었다. 그건 내 안의 어린이가 느낀 게 아니고 그냥 늙은 내가 느낀 거였다. 그러니 어린이들이 어떻게 읽을 거라는 건 장담을 못하겠다. 슈퍼히어로 타령을 하는 남자아이가 등장하는데선 전혀 호감을 못 느꼈고 시덥잖다는 느낌이었다. 주인공한테 관심이 가지 않는 이야기라니?ㅎㅎ 하지만 아이의 사연을 듣자 갑자기 미안해졌다. 공사중 현장 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아무도 아빨 지켜주지 못했다. 그때 슈퍼히어로가 있었더라면....ㅠㅠ 작은 체구에 가무잡잡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아버지의 얼굴은 고된 노동의 표상이다. 아빠의 죽음 앞에서 절규하던 할아버지는 마음을 다잡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남겨둔 혈육, 손자 선우를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타령에 시큰둥한 건 나뿐만이 아니고 책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반 친구들은 그건 유치원때나 하던 소리라고 비웃고 선생님도 웃어넘긴다. 오직 친구 윤수만 진지하게 받아준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인데 가정의 모습도 아이의 심성도 참 따뜻하다. 할아버지도 만날 "인자 그런 짓 고만 좀 혀라. 슈퍼 뭣인가 말여." 라고 하신다. 더구나 아껴야 할 살림에서 관련 상품들을 사달라고 할 땐 더욱.... 하지만 손자가 안쓰러운 할아버지는 결국 사주시고 만다. 윤수네 진돗개가 낳은 강아지를 데려올 때도 돈 많이 들어 안된다고 하셨지만 결국 허락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에게 아들과 그 아들 선우는 너무나 아픈 손가락이다. 선우 잘 키우려고 그리 좋아하던 술담배도 단번에 끊었다. 어느날 밤 죽은 아들 사진과 대화하며 가슴을 치고 우는 할아버지 모습에 가슴이 콱 막히듯 아프다. 선우가 슈퍼히어로 타령을 하며 망토니 망치니 사모으고 흉내낼 때는 차라리 좋았다. 이런거 다 필요없다고 몸부림치며 울 때가 오고야 만다. 겪어야 하지만 너무나 아픈 순간. 할아버지와 손자가 끌어안고 함께 우는 순간. 나는 신파는 딱 질색인데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제 슈퍼히어로를 졸업한 선우. 그제서야 슈퍼히어로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 철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세상에 슈퍼히어로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나 슈퍼히어로일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제목이 그렇듯이 말이다. 선우 할아버지 모습에서 우리 애들 할아버지 모습이 겹쳐 보일때가 있었다. 우리 아버님은 자식 잃은 아픔은 없으시지만. 개집도 뚝딱 만드시고 잘 나는 방패연도 만들어주실 정도로 손재주가 좋으신 점. 체구는 왜소해도 강단있고 일을 잘하시는 점. 세상에 손자보다 귀한 게 없으신 점.... 옛날부터 우리집엔 할아버지 없으면 되는 일이 없었다.ㅎㅎ 집안의 슈퍼히어로라 하겠다. 그럼 나도.....? 아 글쎄.... 누구나 될 수 있다지만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서..... 아무래도 필수 조건은 있는 거라서..... 난 아무래도 그게 없는 거 같아서.... 궁금하신 분은 책을.......^^